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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올려 취향 드러내고 향유…MZ 컬렉터, 미술시장 흔든다

[투자냐 투기냐, 기로에 선 아트테크]

<중> 호황기 주도하는 새로운 컬렉터

투자는물론 이미지 관리도 신경 써

경매 낙찰 절반이상이 2040세대

전문가들 "30대가 새 주류 부상"

미술구매층 저변확대 긍정적이지만

입소문 따라 특정 작가 '쏠림'으로

미술애호 본질 흐리는 투기 우려도

중년 이상 응찰자가 주를 이루던 경매현장이 최근들어 젊은 컬렉터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옥션의 경매 현장. /서울경제DB






‘1타 강사’로 유명한 수학 강사 H씨가 지난 10월 2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날 최고가 출품작인 쿠사마 야요이의 ‘골드 스카이 네트(Gold Sky Nets)’를 36억5,000만원에 낙찰받은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는 경매 현장에 직접 참석했던 H씨가 자신의 SNS에 해당 작품 이미지를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7월 서울옥션 대구경매에서 31억원에 팔린 쿠사마의 녹색 추상화 ‘인티니티-네트(WFTO)’도 그의 집에 걸렸다. 그는 경매 2개월 후인 지난 9월말 이 작품 앞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복장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소장품 내역을 쉬쉬하던 과거의 미술수집가와 달리 H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작품을 통한 공감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듯하다.

새롭게 등장한 젊은 미술품 소비층은 투자목적을 고려해 작품을 구입하고 이를 SNS 등을 통해 공개해 자신의 취향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사진은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서울을 방문한 관람객들. /서울경제DB


2006~2007년의 호황기를 다시 맞은 듯한 올해 미술시장에는 과거와 현격하게 달라진 면이 있다. 컬렉터층과 이들이 미술품을 향유하는 방식의 변화다. H씨는 ‘MZ세대’(25~40세 밀레니얼+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20대 초반 세대)로 통칭되는 새로운 젊은 컬렉터층의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경제가 변화한 미술품 구매층을 파악하기 위해 가나·국제·현대 등 국내 주요 갤러리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화랑 관계자, 현장 경력 15년 이상의 아트 컨설턴트 등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 전원이 “컬렉터층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답했다. 새롭게 등장한 컬렉터 연령층은 복수응답자의 78%가 ‘30대’라고 했으며 40대와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40 젊은 미술구매층의 증가는 경매회사와 아트페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서울옥션의 40대 신규 회원은 전년 대비 87%, 20~30대는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원 가입 후 경매 ‘눈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응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미술품을 낙찰받은 고객 중 31%가 40대였고, 30대가 21%를 차지했다. 2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 낙찰자의 56%가 2040세대였다. 전통적인 미술시장에서 컬렉터 층은 50대 이상, 그 중에서도 60대 이상이 가장 왕성한 구매력을 보여온 것과 비교하면 ‘컬렉터가 젊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컬렉터층은 IT와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신흥 부유층과 전문직 종사자가 많았지만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으로 갑작스런 부가수익을 얻은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대치인 650억 원의 매출을 보고한 키아프서울, 지난 5월 350억 원의 역대 최고 거래액을 달성한 아트부산도 공통적으로 30~40대 컬렉터층의 증가세를 주목했다. 이들 새로운 젊은 컬렉터들은 3,000만 원 대 혹은 그 이하 가격대 작품에 가장 큰 수요를 보였다. 갤러리스트 설문에서는 젊은 신규 컬렉터가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가격대의 작품을 가장 많이 찾으며 1,000만 원 이하 작품 수요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rhk 후원사인 스위스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 자산가 컬렉터 약 2,600명 중 56%가 40세 이하의 MZ세대였다. 특히 25~40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고액 자산가 컬렉터는 지난 2년간 평균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미술품 구매에 사용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딛고 예년 수준의 거래를 회복한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도 상반기 신규 고객의 31%가 밀레니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설문 결과 △가격 상승을 고려한 투자목적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미술품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 구축 △소장품 공개 및 과시 등의 응답도 많았다. 여기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 후 방대한 양의 소장품이 기증을 통해 세상의 주목을 받은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 힙합문화에서 생겨나 자신의 재력·소비력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미술애호가들로 북적였던 올해 키아프서울의 풍경. /서울경제DB


미술품 수요층의 변화에는 컬렉터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미술품 소비가 더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총생산(GDP)대비 미술시장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분의 1수준에 그치는 열악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새 컬렉터들은 단골화랑을 통해 장기간 신뢰를 쌓고 안목을 높이는 ‘선배 컬렉터’들과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구매 판단에도 ‘입소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외국계 화랑의 디렉터 A씨는 “대형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컬렉터 카페 회원이 1만 명 이상인데, 최신 미술계 동향을 공유하고 서로 소장품을 자랑하며 관계를 맺고 SNS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다”면서도 “특정 작가로의 광풍같은 쏠림 현상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과거 도곡동 타워팰리스 입주 당시 집집마다 강익중의 ‘달항아리’ 작품이 걸렸던 천편일률적 유행이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중견 갤러리대표 B씨도 “투자도 중요하지만 미술의 본질은 작품값이 아니라 미적 가치의 향유”라며 “미술품 수집가는 투자자가 아니라 ‘미술 후원자’였기에 존경받았다. ‘샤넬백 오픈런’ 식으로 그림을 줄 서서 사가는 상품으로 여기는 사람보다는 작품 가치를 제대로 아는 분에게 그림을 팔고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미술평론가인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는 “새로운 컬렉터층 중 일부는 미술품을 코인·주식투자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면서 “미술의 본질적 가치는 애호와 미적경험인 만큼 투자 열기가 과열돼 투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미술계 전반이 다각도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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