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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의 꿈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탄광은 아버지 삶이지 제 삶이 아니에요. 다시는 안 내려갈 거예요. 저는 탄광이 아니라 우주로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광부가 되었던 미국의 한 탄광 마을. 그곳에서 어린 히컴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소식을 듣고 컴컴한 탄광 대신 끝없는 우주를 상상한다. 훗날 마침내 우상이었던 폰 브라운 박사의 격려를 추진제 삼아 자신이 만든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나사(NASA) 연구원을 지낸 호머 히컴의 실화를 다룬 영화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 이야기다.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우주개발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뀌고, 융합을 통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화물 및 승무원 이동을 상업용궤도수송서비스(COTS)에 따라 나사가 아닌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이 수행하게 됐다. 스페이스X는 나아가 나사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중추적 역할도 맡았다. 블루오리진, 로켓 랩, 버진갤럭틱, 플래닛, 버진오빗, 아스트로보틱 등과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우주개발에 속속 가세 중이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 핵심 요인은 바로 ‘사람’이다. 우주 선진국은 수십 년 간 우주개발 경험을 축적하며 그에 비례하는 수의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자본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열쇠는 전문 인력이다.

국내 대학에 항공우주 관련 학과가 개설된 곳은 2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우주 분야로 진출한 졸업생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우주 분야에 진출하는 인력이 많아지려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자주 만나야 한다. 그래서 우주에 빠져 꿈을 키우는 이른바 ‘우주 덕후’가 늘어나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런 소식은 현재 세계를 이끄는 우주 분야의 선구자들이 반드시 항공우주 전공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전 범위에 걸쳐 우수 인재를 많이 보유한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와 존슨 우주센터에는 연간 170만 명이 방문한다. 이곳에 오는 청소년 중 동기부여를 받아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 국내에도 항우연을 비롯한 출연연구원, 나로우주센터 등 살아있는 우주 교육장들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래세대가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 양성 교육도 필요하다. 전문 연구원의 재교육과 우주 산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인턴, 현장실습 등을 통해 곧바로 현업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키워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우주개발 전문기관인 항우연도 ‘KARI 아카데미’라는 조직을 신설해 내·외부 인력을 대상으로 실무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뉴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해 가고 있다. 우주 분야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소형발사체, 초소형위성, 위성 관제 및 활용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 현장에 자기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람’이 계속 유입돼야 한다. 정부와 출연연은 이 생태계 구축과 지속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탄광촌에서 우주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히컴은 NASA에서 우주비행사들 훈련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해 갔다. 한국의 ‘옥토버 스카이’ 주인공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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