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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이 만든 UFO, 실제로 존재할까?

UFO의 존재는 그야말로 심심하면 불거지는 흔한 음모론의 하나다. 히틀러가 아직도 생존해있다는 얘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 음모론도 있다.

히틀러가 UFO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곧 지구 정복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조차 얼토당토않다고 할 만한 얘기지만 외계인이 아닌 사람의 손에 의해 UFO가 만들어졌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UFO가 가진 이상적 성능에 매료된 많은 연구자와 국가들이 UFO를 모방한 혁신적 비행체의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구인이 만든 UFO. 그것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0년, 일본의 저널리스트 오 치아이 노부히코는 '20세기 최후의 진실'이라는 논픽션 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도망친 독일 나치의 잔당이 칠레에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으며 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보유해 UFO를 제조해 날리고 있다" 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또한 그는 "나치가 이끄는 독일 군의 UFO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시험 제작기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오치아이는 당시 일본의 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 절대적 인 인기를 누리던 유명 저널리스트였고 CIA 등 각국의 정보 기관에 여러 친구도 있었다.

또한 책에 기술한 모든 내용이 본인이 칠레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 얻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고 주장했기에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심지어 이 책은 '라스트 바탈리온'이라는 번역판으로 국내에 출판되기도 했다.

이후 책의 내용이 정정되거나 증명된 적은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났다고 하는 전 나치 당원 '피닉스'의 정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이 이설만 분분하다. 이후 오 치아이의 책은 숱한 아류작을 만들어냈고 세기가 넘어간 오늘날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황색언론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나치 잔당들이 UFO를 만들고 있다?

사실 오치아이의 주장은 입증할만한 객관적 증거가 아무것 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의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실제로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UFO를 모방한 원반형 항공기를 개발한 적이 있으며 오치아이의 주장도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제 원반형 항공기는 다만 직각비행이 가능할 뿐, UFO와 같은 최첨단 기술의 산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놀랍게도 어떤 농부의 취미생활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1930년대 독일에 살던 농부인 아르투르자크는 비행 가능한 항공기 모형을 만들어 날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6월 그는 제1회 전국 내연기관장착모형항공기대회에 출전하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AS-1이라는 모형항공기를 선보였다.

특이하게도 이 모형항공기의 날개는 원반형이었다. 하지만 이 모형항공기의 비행성능은 그 특이한 외형만큼 뛰어나지 못했다. 장착된 모터를 아무리 돌려도 혼자 힘으로 이륙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자크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모형항공기를 손으로 들어올려 허공 속에 날리자 기적이 일어났다.

스스로 이륙을 못하던 이 모형항공기가 무려 100m를 혼자 힘으로 직선비행하여 결승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 퍼포먼스는 당시 독일 공군의 연구개발본부장이던 에른스트 우데트 장군의 눈길을 끌었다. 이 원반형 날개 항공기에서 기존의 항공기가 갖지 못한 기술적 장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농부가 만든 나치 UFO

기존의 항공기 주익 설계에서는 하나가 좋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글라이더처럼 폭이 넓은 직선형 날개를 가진 항공기는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양력 이 많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항공기는 활주거리도 짧고,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도 비교적 많다. 그러나 직선형 날개는 공기저항이 너무 심해 추력이 낭비되기 때문에 고속을 내기 힘들다. 그래서 고속을 내야 하는 항공기, 특히 전투기의 날개는 비교적 폭이 좁고, 높은 후퇴각을 갖춘 후퇴 날개로 만들어 진다.

그러나 후퇴 날개도 단점은 있다. 바로 저속 영역으로 들어가면 양력이 급격히 떨어져 착륙시키기 어렵고 실속이 일어나 추락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안전상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후퇴 날개를 가진 항공기의 이착륙 속도는 거의 예외 없이 상당히 빠르다.

전투기의 착륙장면을 유심히 보면 착륙 후 꽁무니에서 드래그슈트라는 감속용 낙하산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워낙 착륙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제동에 필요한 긴 착륙 활주거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현대의 항공기 중에는 후퇴각을 자유롭게 조절 할 수 있는 가변 날개를 사용해 이착륙 시에는 직선익으로, 고속비행 시에는 후퇴익으로 날개 모양을 바꾸는 항공기도 있다.

미국의 'F-14'나 'F-111', 유럽의 '토네이도' 등이 가변익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변 날개는 그 작동에 필요한 기계적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따라서 당시 우데트 장군은 복잡한 기계적 구조 없이도 이착륙 및 고속비행 시 모두 안정된 성능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 원반형 날개에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크는 우데 트 장군의 공식적 지원을 얻어 AS-1을 확장한 모형항공기 'AS-5'를 만들었고, 이 항공기의 성능에 자신감을 얻어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에는 유인 원반형 항공기 'AS- 6'를 만들기에 이른다.

기체는 목재로 만들었지만 나머지 조종석이나 착륙장치, 엔진 등의 구성품들은 모두 다른 항공기에서 빌려왔다. 자크는 AS-6를 독일 공군 브란디스 기지로 가져가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항공기는 지상에서 시험 활주를 여러 차례 반복했을 뿐, 단 한 번도 하늘을 날지 못했다.

원인으 로는 엔진추력 부족, 조종면이나 무게중심의 위치 및 받음 각 불량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 전황은 독일 측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 들이닥친 연합군을 상대하기도 벅찬 독일로서는 이러한 실험용 항공기에까지 자원을 배분해줄 여력이 없었다.

결국 AS-6는 단 한번도 날지 못한 채 브란디스 기지에 주기되어 있다가 연합군 전폭기의 폭격을 당해 격파되고 말았다. 하지만 AS-6는 오늘날까지도 잊을 만하면 끊임없이 떠오르는 '나치 UFO 전설'의 원조가 됐다.





코안다 효과를 이용한 원반형 항공기

원반형 날개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은 독일만이 아니었다. 바다 건너 그들의 적국인 미국 역시 원반형 날개를 갖춘 항공기를 만들고 있었다. 미국 항공회사 보우트의 엔지니어 찰스 짐머만은 원반형 날개의 성능에 주목, 1942년 실험용 원반형 항공기 'V-173 플라잉 팬케이크'를 만들어 100회 이상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또한 미 해군과의 계약 하에 V-173를 확대한 모델 'XF5U-1'도 만들었다. 그러나 XF5U-1의 운명은 V-173만큼 좋지 못했다. XF5U-1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까지 지지부진 이어졌다. 이때는 프로펠러 항공기가 차츰 사라지고 제트엔진 항공기가 도입되던 시대였다.

결국 지난 1947년 해군은 XF5U-1 개발 계획을 취소시켰고, 이미 만들어진 2 대의 시제기는 철거용 철구를 통해 무참히 폐기처분됐다. XF5U-1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비행을 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원반형 항공기를 향한 시도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1950년대 캐나다의 항공사 아브로 캐나다는 2인승 원반형 항공기인 'VZ-9V 에이브로카'를 선보였다. 이 항공기는 과거의 원반형 항공기처럼 그저 원반형 날개를 달기 만 한 항공기가 아니라 상당한 기술혁신을 이룬 것이었다.

VZ-9V는 3대의 터보팬 엔진을 이용해 기체 상면 정중앙의 양력발생용 팬을 구동, 유체가 만곡부의 표면을 흐를 때 표면에 흡착되는 '코안다 효과'를 통해 배기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수직 이착륙과 제자리 비행까지 가능했다.



VZ-9V는 기체 중앙의 양력 발생용 팬에서 나온 공기를 기체 외벽을 따라 흐르게 함으로써 코안다 효과를 얻는 구조였다. 처음 개발 계획은 캐나다에서 진행됐으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투기를 원하던 미 공군이 1954년 계획을 인수해 갔다. 하지만 이후 VZ-9V의 시험비행 성능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이 항공기는 고도가 2m 이상 높아지면 안정성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조종장치가 너무 복잡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차단하고 항공기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동조종장치가 필수적이었지만 이 자동조종장치의 성능도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미 공군은 VZ-9V 연구에 1,000만 달러를 투입한 후인 1961년 계획을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밖에 1954년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록히드(현 록히드 마틴)가 원반형 항공기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록히드는 원반형 항공기야말로 구조강도, 수직이착륙 시의 안정 성, 항공역학적 효율, 내부 화물 및 연료탑재공간 면에서 다른 항공기와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한 항공기라고 판단했으나 이후 따로 원반형 항공기를 만들지는 않았다.

전익기의 탄생

이후로도 원반형 항공기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많았다. 때문인지 21세기 들어 원반형 항공기는 다시 부활했다. 바로 무인항공기(UAV)라는 형태로 말이다. 현재 대표적인 원반형 UAV는 미국 시코르스키의 '사이 퍼', 하니웰의 'T-호크', 영국에 시르의 '엠블라' 등이 있다.

이 세 UAV는 모두 수직이착륙 및 제자리비행이 가능하며, 주로 전투나 재해구난 시 정찰용도로 사용된다. 이 같은 원반형 항공기보다 비교적 크게 성공을 거둔 이 형(異型) 항공기로는 전익기를 들 수 있다. 이는 꼬리날개와 동체 없이 기체 전체가 주익만으로 이루어진 고정익 항공기 로 탑승원을 비롯한 모든 화물, 장비가 주익 속에 수납된다.





전익기는 항공역학 및 구조중량적으로 볼 때 가장 이상 적인 항공기다. 항력을 크게 발생시키던 기존 항공기의 동체와 미익이 없고, 항공기 양력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주 날개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양력 대항력비가 극히 우수하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B-2의 파격적인 외관을 보고 "외계인으로부터 얻은 에일리언 테크놀로지로 만든 지구 UFO"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익기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무려 20세기 초부터 연구돼 왔다. 지난 1910년에 독일의 후고 융커스는 이미 전익기 개념의 특허를 냈다.

이후 열렬한 항공연구가이자 나치 당원, 독일 공군 군인이었던 호르텐 형제는 1930년대 초반부터 전익 기 글라이더를 만들어 날리는 등 전익기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이 만든 전익기 중 'Ho229'는 세계 최초의 제트추진 전익기로서 지난 1945년 2월 엔진을 달고 성공리에 시험비행을 해냈다.



당시 Ho229는 독일 공군이 원하던 3×1,000 폭격기(1,000㎏의 폭탄을 싣고 시속 1,000㎞로 1,000㎞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폭격기) 구실을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나치 독일은 몇 달 후 패망하고 말았다. 미국 역시 일찌감치 전익기의 잠재력에 주목,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익기 개발에 몰두했다.

이때 만들어진 기체 중 대량으로 채용되기 직전까지 간 전익기가 노드롭의 폭격기 'B-35'와 그것의 제트화 버전인 'YB-49'이다. 하지만 이 두 항공기는 도합 10여대 남짓이 생산됐을 뿐이며 얼마 지나지 않은 1950년 개발계획이 취소되어 모두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이유는 전익기의 태생적 문제인 비행안정성 결여 때문이었다. 전익기에서 없애 버린 동체와 꼬리날개는 비록 양력은 만들지 못하지만 비행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익기는 이 부분이 없기 때문에 오직 주익의 조종면 만으로 비행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 것이다. 물론 오늘날 이 같은 전익기의 고질적 문제는 말끔히 해소된 상태다.

계속 목격되는 '지구 UFO'

이처럼 UFO와 같은 원반형 항공기를 향한 지구인의 꿈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할 만 한 것은 미국의 전략정찰기라고 일컬어지는 '오로라'다.

미국은 지난 1998년, 약 30여 년간 잘 사용하던 마하 3급 전략정찰기 'SR-71'를 퇴역시켰다. 그 이후 SR-71의 후계 기, 즉 국경 너머로의 정찰이 가능한 유인 정찰기를 미국이 새로 개발해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지난 1980년 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수상한 군용항공기에 대한 목격담이 하나 둘씩 들려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89년 8월북해의 잭업 바지선에 타고 있던 영국 인 엔지니어 크리스 깁슨은 이상한 삼각형 항공기가 공중급유기 'KC-135'로부터 급유를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깁슨은 1980년대 초반 군복무 시절 국제 항공기 식별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모르는 항공기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뭔가 이상한 새로운 기체라 할 수 있다. 또 1991년 후반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에서는 정체불명의 소닉 붐이 대단히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 소닉 붐은 약 8~10km 상공을 마하 5~6의 속도로 비행하는 소형 항공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992년 3월에는 텍사스 아마릴로에서 정체 불명의 항공기의 비행운이 촬영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아마추어 무 선 동호인이 오로라로 생각되는 정체불명 항공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무선을 감청했으며 지난 2009년 10월 미국의 폭스TV가 이란 미사일 실험 당시 정체불명의 비행체 가 미사일 근처의 구름을 가르고 날아가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조금 더 특별한 비행을 위해

오로라가 만약 실재한다면 속도는 마하 5~6, 작전고도는 약 30km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런 괴물을 만들 능력이 있 는 항공기업은 미국 내에서도 록히드마틴 또는 노드롭 그루먼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자면 이만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를 못 만들 이유는 없다. 미국이 1950년대에 만든 유인실험기 X-15는 이미 1960년대에 속도 마하 6.7, 고도 107.8㎞를 넘 었고 현재 시험중인 무인실험기 X-51도 무려 마하 9.8이나 되는 엄청난 속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오로라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부인 하고 있다. 오로라의 존재여부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밀 해제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하늘을 날게 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형의 항공기들을 만들어냈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멀리 날려고 할 수록 그 모습은 점점 상식을 벗어나는 기묘한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도 어느 나라나 기업에서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비밀리에 기묘한 모습의 항공기들을 날리고 있고 그것을 우연히 본 호사가들은 구구한 억측을 지어내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나타난 진실은 의외로 간단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단하다고 해서 재미가 없지는 않다. 그 속에는 남보다 좀 더 특이하게 날고 싶어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눈물과 땀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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