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며칠 만에 언론사와 의회, 우체국 등에 탄저균이 담긴 우편물이 배달돼 5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했다.
아주까리 열매에서 추출되는 리친은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혈류에 주입되면 입자 한 개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리친을 생화학 무기로 제조하는 방법이 쉽고 알려진 해독제도 없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당국은 연방수사국(FBI) 주도로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워싱턴DC에 ‘테러 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미시시피주에서 한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리친이 실제 테러무기로 사용돼 희생자를 낸 적이 거의 없으며 대량살상 목적의 화학무기로도 쓰일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아이오와주(州) 공공보건국의 퍼트리샤 퀸리스크 박사는 “테러무기 전문가가 아닌 이상 편지 봉투를 여는 순간 리친이 공기 중에 분포돼 사람의 몸속으로 흡수되도록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밀트 라이텐베르크 메릴랜드대학 교수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제조법만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학 검사에서 리친 양성 반응이 나왔더라도 실제 우편물을 개봉했을 때 맹독성 물질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리친 중독을 위험 등급의 두 번째 단계인 B등급에 분류한 이유다. 가장 위험한 단계인 A등급에는 탄저병, 보툴리누스중독증 등이 있다.
또 미 국토안보부가 2010년 발표한 설명서에서도 피해 사례는 지난 1978년 불가리아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이 자국 정보원에게 암살됐던 단 한 건만 기록돼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 설명서에서 리친 가루가 치명적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리친 가루를 만드는 데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FBI 홈페이지에 리친 제조법이 올라와 있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FBI는 지난 2011년 3월 올린 게시물에서 ‘버지니아 폭발범에게서 발견된 암호화된 제조법’이라는 제목으로 이 쪽지를 게시했다.
암호로 작성되긴 했지만 이 분야 전문가인 클라우스 슈메는 “내 블로그 방문자 2명이 실제로 암호 해독에 성공했으며 그 중 한 명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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