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최근의 국정난맥이 과거 여러 차례의 위기를 '원칙과 기준'을 갖고 돌파해온 박 대통령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3년간 추진해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이 하루아침에 무릎을 꿇은 것이나 행정자치부가 정치권을 대신해 추진하던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없던 일'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정책 모두 해당 부처 장관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직접 나서 추진명분을 설명하던 사안임에도 최종적으로는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개혁에는 당연히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애초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익집단 앞에 쉽사리 굴복하는 모습이나 포퓰리즘에 기대려는 자세 모두 개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부답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 여론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태업'에도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내 계파와 관계없이 모두가 마치 남의 일인 양 대통령만을 겨냥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정책과정에 여당으로서 적극 참여한 몫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동력 상실을 수수방관할 정도로 한국 사회가 처한 상황이 한가롭지 못하다.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앞으로 남은 공무원연금 개혁 등 금융·노동 등 4대 구조개혁을 연내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원칙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그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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