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유승민 좌클릭과 문재인 우클릭, 서로 만날까


안의식부장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화제다. 평소 유 원내대표의 개혁적인 성향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연설문을 살펴보니 입이 딱 벌어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

이게 여당 대표연설인지 야당 대표연설인지, 운동권 단체 대표의 연설인지 헷갈릴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까지 건드렸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고 증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진 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인상)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단기부양 반대, 진정한 성장잠재력 확충을 강조하면서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의 좌클릭뿐만 아니라 야당의 우클릭 또한 활발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후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슬로건으로 우클릭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대표에게서는 보이지 않던 '경제성장론'도 전면에 내걸었다.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새경제(New Economy)'를 제안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면서 내수기반의 성장동력을 높이는 전략이 소득주도 성장전략이다. 이를 위해 임금소득의 상승과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강조하고 있다.

여야 중심이동 내부비판 직면

이 같은 여야의 중심이동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당장은 오는 4·29 재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 길게는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중간층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선자가 얻은 득표율은 51.55%. 문재인 후보 득표율 48.02%와는 불과 3.53%포인트 차다. 반면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당선자 48.91%, 이회창 후보 46.58%로 2.33%포인트 차이였다. 결국 중간층 2~3%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하지만 이 같은 중심이동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각 당내에서조차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새누리당 상당수 의원들은 유 대표의 연설에 대해 "야당 스타일이다. 무책임하다.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소장·개혁파를 중심으로는 "그동안 들어본 국회 대표연설 중 가장 감명 깊었다"는 반응도 있다. 극과 극으로 나뉜다. 임기 1년의 원내대표가 바꾸면 얼마나 바꾸겠느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있다.

문 대표 역시 내부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산토끼(중도세력) 잡겠다고 나섰다가 집토끼(전통적 지지기반)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내외부에서의 비판 이전에 중심이동의 논리 자체가 취약한 점도 문제다. 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의 경우 '무늬만 성장론'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중산층과 서민 소득을 높이고 필수수요 생활비를 줄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줌으로써 소비를 늘리고 내수기반 성장동력을 높이자는 전략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전략"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포인트가 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있다. 분배율을 높여 가계소득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내수성장이 이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분배를 넘어 어떻게 파이 자체를 키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현재 우리 앞에 닥친 과제를 볼 때 너무 소박한 성장론이란 느낌도 있다. 글로벌 저성장 추세의 확산과 만성화, 축복이 아닌 저주로 다가오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 저출산 위기, 만연한 청년 실업 등 한국 경제의 비상등은 켜진 지 이미 오래다. 소득주도 성장이 이 같은 과제들을 풀어가는 데 도움은 주겠지만 주된 전략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미래 산업구조의 변화와 글로벌 추세에 걸맞은 우리의 산업정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돌파 전략 위해 머리 맞대야

유 원내대표가 주장한 '보수의 새로운 지평' 역시 아직은 미완성이다. 그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야당이 분배를 강조하면서도 성장을 논하고 여당이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분배를 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문제의식의 공유가 중요하다.

만성적인 저성장시대를 걷어낼 여야의 진지한 성장전략 모색을 기대한다.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