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단어는 ‘흥겹게 뛰어 놀다’라는 인도어 ‘ghem’에서 온 말이다. 흔히 ‘놀다’는 ‘일하다’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놀다’의 반대말이 ‘의기소침하고 어두운 것’ 이라고 생각한다”
예비군 정신교육시간 같이 지루하기만 했던 기업들의 HRD(인적자원개발) 문화가 변하고 있다. 그것도 게임을 활용하는 파격적인 방향이다.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 이틀째인 5일, LG CNS 이상철 과장의 강연(첫 번째 사진)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뜨거운 관심속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과장은 이날 ‘Gamification : 교육참가자를 중독시키는 마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적용하여 사용자를 몰입하게 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게임화(化)’로 번역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기업 내에서의 교육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자는 취지다.
발표를 맡은 이 과장은 우선 게임이 가진 ‘신비한 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게임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은 명확한 행동디자인으로 구성돼 있어 사람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행복한 생산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는 행동디자인에 대해 “게임에는 명확하고 디테일한 행동디자인, 즉 메뉴얼이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대통령이 되는 메뉴얼, 과학자가 되는 메뉴얼은 없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해라 정도다.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야 할 미션이 뭔지 명확히 해주는 것 만으로도 생산성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LG CNS는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을 실제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를 게임을 하면서 학습하는 것이다. CNS 3.O DNA 카드게임(두 번째 사진)의 경우 사원들이 회사의 사업방식, 기본원칙 등이 적혀있는 카드를 가지고 같은 단어가 적혀있는 카드끼리 짝을 맞추는 방식이다. 4-5명 정도가 모여 게임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암기가 된다. 종이에 인쇄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도 들지 않는다.
또 교육을 하고 시험지를 푸는 것이 아니라 CNS 3.0 King이라는 프로그램 게임을 통해 퀴즈 방식으로 테스트를 한다고 소개했다. 이 게임을 해본 한 사원은 “회사의 문화를 배운다는 측면에서 즐겁고 신선했다”며 “반복해서 나오니까 학습효과도 있고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이미피케이션이 곧 게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과장은 “중요한 것은 진짜 게임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강사가 강의중에 스마트폰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니지만, 일정 장소에 놓아 두면 ‘참 잘했어요’ 같은 음성이 나오는 스마트폰 쉼터를 만들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은 게이미피케이션이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화시켜 학습하는 것이 항상 최선인 것도 아니다. 그는“게이미피케이션이 모든걸 대체할 순 없다”며 “게이미피케이션을 정말로 고도화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을 들였는데 성과가 없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게이미피게이션은 인적자원개발 본연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수단이지 이것이 주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이번 제7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인적자원개발’이라는 주제로 6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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