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의 규제완화 정책이 겉돌면서 국제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 경쟁국들은 최근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활성화에 발빠르게 나오고 있어 인천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일본은 국가전략 특구를 지정해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상하이 자유무역구(FTZ)를 확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인접성과 투자수요가 높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각종 규제로 묶인 채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규제완화 시범지구 지정 등과 관련해 발의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현재 국회 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와 개발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경영환경 측면의 고용·입지·환경 등의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박병근 인천경제청 기획정책과장은 "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 국토의 0.2%, 인구의 0.4% 규모로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규제 완화 실험의 최적지"라며 "통관·출입국·외환 등 경영 인프라 측면의 개선과 금융·세제 등 기업 일상 활동에서 지원 및 개선방안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국가 경쟁력 강화의 혁신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도쿄도, 오사카부·시, 아이치현 등 3대 도시를 국가 전략특구로 지정해 총리 주도하에 3자통합본부(특구담당장관, 지자체단장, 민간기업)를 통해 정부·지역·민간이 협동해 과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도쿄도는 24시간 가동하는 국제도시 및 첨단도시로, 오사카부·시는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이노베이션 특구로, 아이치현은 항공우주산업 집중육성 특구로 지정해 법인세 인하(아시아 최저 수준) 공공시설 민영화, 외국인 고급기술자 채용기준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계획, 고용, 의료 등의 세부적인 규제완화 정책도 펴고 있다. 대도시 부도심(도쿄도 경우 토라노몽, 시나가와)주변 역세권 개발을 위해 용적률과 도로교통법 규제를 완화했다. 도쿄도의 환상2호선(신바시~토라노몽) 개통을 계기로 토라노몽 고층맨션이 들어서게 됐으며, 시나가와 오픈 카페거리를 구축해 도보 점유규제를 완화하는 등 이곳을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삼고 기존 특구와 차별적인 방향에서 새로운 규제완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1일부터 기존 상하이 자유무역구(Free Trade Zone)를 기존 28.78㎢에서 120.3㎢로 4배 이상 확대했다. 18일에는 광둥자유구역지구가 정식 출범한다. 향후 톈진(天津), 광둥(廣東), 푸젠(福建)에도 자유무역구를 신설·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상하이 FTZ 출범 18개월만에 전국적으로 자유무역구 확대 시행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 FTZ 확대는 제2의 전면적 개혁개방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신호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상하이자유무역구의 개혁·개방 실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의 투자 금지·억제 항목을 제시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줄이고 서비스업과 선진 제조업 등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동암 인천경제청 차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규제완화 시범지구'지정·운영에 대한 국가적인 공감대 형성과 협력적 논의 그리고 국가적 구상·결심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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