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부처-지자체 재정고갈 네탓 공방

복지·행안부 "책임없다" 발 빼기 급급… 지자체 '돈 없으니 배째라'식 대응에<br>朴재정 해결 의지 공수표로 전락… 중앙·지방 합리적 재정분담 틀 마련을

박준영(가운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지방재정 대책 촉구 기자회견' 에서 지방재정 부담 완화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시도지사협의회


전국 16개 시도지사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하반기부터 무상보육이 중단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사태해결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와 정부 주요 부처들이 책임을 떠넘기며 상대를 비방하거나 발을 빼기에 급급한 탓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주체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시도지사협의회 ▦국회 등이다. 이 중 시도지사협의회는 보육사업의 예산을 집행하고 직접 사업을 관리하는 주인공이다. 복지부는 보육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재정부는 복지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큰 밑그림을 역할을 맡고 있으며 행안부는 지방행정업무를 담당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는 이번 지방 재정 고갈 사태를 야기한 주범이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31일 밤11시께 지자체들의 재원마련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무상보육의 전면적 확대를 골자로 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들 5개 주체 모두 방대한 인력과 권한을 갖고 있지만 누구 하나 주도적으로 문제의 해법을 내놓는 곳이 없다. 그나마 재정부가 총대를 메고 "총리실을 통해 관계부처와 대책을 논의해보겠다"는 정도일 뿐 나머지 주체들은 거의 '배째라' 식으로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

특히 복지부의 대응은 무심함을 넘어 한심할 정도였다. 29일 오전 시도지사들이 무상보육을 비롯한 각종 복지사업의 과중한 부담을 떠안아 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며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 증가가 복지사업의 지방이양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지난 2005년 지방정부에 떠맡긴 67개 복지사업을 구조조정해 현재는 52개만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당장 옆집에 큰 불이 났는데 불 끌 생각은 않고 방화 책임을 따지자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나설 태세다.

지방행정업무를 조율해야 할 행안부 역시 궁색한 변명으로 둘러대기는 마찬가지. 행안부 측은 지자체가 떠안고 있는 보육료 등 사회복지사업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예산편성 권한은 재정부에 있다며 슬쩍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28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 책임지고 보육을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던 박재완 장관의 의지는 관계부처들의 책임 회피로 하루 만에 공수표로 전락하고 말았다. 재정부는 올해 세계잉여금 5조1,000억원 중 1조2,000억원가량을 지자체에 지원해주고 당초 예산에 편성된 지방교부세도 3조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며 지자체들을 설득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에 떠맡긴 정부 복지사업(지방이양 복지사업)을 도로 가져가든지 국고보조 비중을 더 높이라는 시도지사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재정부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항을 총리실 등과 더불어 논의해보겠지만 솔직히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게 재정부 측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도 정부가 돈을 더 내놓지 않으면 무상보육 정책을 사실상 보이콧하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 쉽게 말해 '돈이 없으니 배째라'는 식이다. 시도지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 재원이 고갈되는 지자체들이 나오기 시작해 하반기부터 보육사업 중단이 줄줄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지원 의지가 없다면 지자체들도 해당 사업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행정ㆍ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보육재정 고갈 사태를 앞으로 정부와 지방 간 재정분담에 대한 합리적 재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은 경기대 부총장은 "그동안 지자체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낭비해왔다는 정부의 비판도 일면 맞지만 따지고 보면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각종 국고보조사업을 승인해준 것도 정부"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마음을 열고 재정분담의 새 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