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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에 드리운 1994년 외환위기 유령

미국 출구전략 가능성 커지자 국채가격 떨어지고 주가 휘청<br>19년 전 멕시코 위기와 닮은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시중에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에 지난 1994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유령'이 출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4년 당시 미국이 1년간 기준금리를 2배로 올리자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며 멕시코가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는데 19년 만에 비슷한 전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이들 신흥국 정부의 자금조달 및 이자지출과 직결되는 국채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이 집계하는 신흥국 국채가격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47.31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금리상승)를 기록했다. 특히 멕시코의 10년물 국채금리는 5월 초 사상 최저인 4.5%였으나 5월 말에는 5.361%까지 뛰어올랐다. 국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체에서도 5월 마지막 주에 2억4,230만달러가 순유출돼 지난해 6월 이후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순유출 현상이 일어났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하는 신흥국 종합주가지수인 MSCI이머징마켓인덱스는 지난달 31일 1,008.88을 기록해 3주 만에 5%나 빠졌다. 신흥국 주식펀드로 흘러드는 자금도 줄어 5월 마지막 주에 이 펀드에서 28억9,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올해 초 한주 동안 70억달러를 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반전이다. 이에 신흥국 화폐를 찾는 투자자도 급감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화폐의 달러 대비 가치는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터키 화폐가치 또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준이 조만간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탓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MBS)을 사들여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고 시중금리를 낮게 유도해왔다. 이에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게 된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신흥국 채권ㆍ주식시장으로 몰려갔고 이들 국가의 채권과 주식 가격은 빠른 속도로 올랐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달 22일 출구전략을 암시하면서 신흥국으로 몰려간 자금은 리스크는 낮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신흥국의 성장을 이끌던 원자재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꺾이는 점도 이 같은 투자금 탈출행렬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문제는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채권ㆍ주식 가격이 폭락해 신흥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1994년 연준은 과거 3년간 3%로 묶어둔 기준금리를 이듬해 2월까지 6%로 두 배나 올렸고 이에 MSCI이머징마켓인덱스는 587에서 불과 반년 만에 489로 2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멕시코의 경우 국채투매 현상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신흥국 정책입안자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 총재인 에르뎀 바쉬츠는 지난달 31일 "터키 화폐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화폐정책을 조이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고 같은 날 브라질 중앙은행 또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30일 WSJ와의 인터뷰에서 "1994년과 같은 악몽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연준을 비롯해 현재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국가들과 신흥국들이 타협안을 찾아내 (출구전략을)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 글로벌자산배분 대표인 케빈 게이너는 "어디서 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출구전략에 따른)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혼란이 단기에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신흥국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WSJ는 "일부에서 출구전략은 미국경제가 회복됐다는 뜻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원자재 수요 등을 늘려 신흥국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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