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쌀 시장개방을 의미하는 관세화 전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가 쌀 시장에 대해 관심 갖는 이유는 단 하나. 쌀은 국민의 주곡으로 식량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곡물자급률은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0.9%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내 쌀 소비량은 연간 2%씩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결국 국내 식량 소비구조가 쌀 중심에서 밀 등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우리 식탁을 전적으로 남에게 맡기는 꼴이다.
오는 9월 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하는 처지인 우리가 선택할 방안은 많지 않다. 현재 의무수입량을 유지하는 '스탠드-스틸'과 일시적으로 의무 면제하는 '웨이브'방식, 쌀 시장을 개방하는 길뿐이다. 우리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세화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높은 관세상당치를 받는 것이 수입쌀 국내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화를 단행한 일본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철폐하라는 미국의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 추후 TPP나 한중 FTA협상에서 쌀 시장 추가개방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면 관세를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쌀 관세화 전환은 단지 쌀 생산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는 21세기 인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핵전쟁이 아니라 식량 안보를 위한 국가 간 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 곡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고려 초 거란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했다. 고려에서는 투항론과 할지론(割地論)이 우세했지만 서희는 적장 소손녕과의 담판에서 오히려 강동6주를 얻는 협상력을 발휘한 바 있다. 우리 통상팀에 서희의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쌀 시장 개방 불가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곡물파동 대책과 농업인 단체에서 주장하는 쌀 산업 및 쌀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품목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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