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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에 빈 점포가 한둘이 아니에요. 정부부처가 빠져나가서 가뜩이나 손님이 확 줄었는데 경기가 안 좋으니 버틸 재간이 없죠."
경기도 과천시 일대 상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으로 6,000명의 배후수요가 한꺼번에 사라진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곳곳에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이 빈 청사를 채우고 있지만 침체된 상권 회복에는 역부족이다.
12일 과천시 일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후 2년간 과천시 일대 500여개 점포 가운데 150여개 점포가 휴·폐업에 들어갔다. 점포 세 곳 중 한 곳꼴로 불황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셈이다.
빈 점포가 속출하면서 한때 수천만원에 달하던 권리금도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청사 바로 앞에 위치해 중심상권으로 꼽혔던 중앙동 일대 전용 33㎡ 점포의 경우 청사를 이전을 시작한 2012년 초에는 권리금이 5,000만원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0만원 이하로 하락했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어느 정도 타격은 예상됐지만 이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아예 권리금이 없는 점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과천 상권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원인은 과천청사 내 정부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이다. 6,000여명가량의 공무원들과 더불어 인근에 거주하는 가족들까지 이주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2012년 과천상가연합회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동과 별양동 상가 고객 중 청사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0.5%, 1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사 직원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전으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세종청사에는 법무부·청사관리소 등 남은 1,052명과 더불어 미래창조과학부(787명), 정부통합콜센터(500명), 경인통계청(212명), 방송통신위원회(200명), 경인식품의약품안전청(172명), 서울국토청(124명), 서울교정청(60명), 서울지방중소기업청(58명) 등 3,215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2,000여명 규모의 방위사업청 입주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가 위축되면서 상권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정부부처가 2년 전부터 나갔지만 그만큼의 인원이 충당되지 않아 상권이 침체됐고 공실률도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천 일대 상가는 부처 이전 이후 약 15%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과천시지부 관계자도 "현재 과천청사에 여러 부처가 들어왔지만 소비가 예전 같지 않다 보니 회복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별양동 뉴코아백화점 자리에 대형마트가 연내 입주를 추진하면서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천상가연합회와 상공인연합회·음식업협회 등은 입점저지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업체 측이 제출한 '대수선허가' 신청을 과천시청에서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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