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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년이 더 우려되는 해외건설

"제가 직접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얼마를 제시했는지 너무 잘 알죠. 일부 업체들이 수익성은 제쳐놓고 무조건 사업을 따내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써내면서 한국 건설업의 전체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달 초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현장 취재를 위해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장소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공사물량을 따내기 위한 국내 업체 간 제살 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었다. 저가 수주뿐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끼리 인력 쟁탈전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A사는 최근 B사가 수행하고 있는 한 현장에서 현지직원 15명을 스카우트해갔다. 한 달 월급을 2,5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올려주고 처음 이직한 직원들에게 한 달을 쉴 수 있는 조건까지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저가 수주와 인력 쟁탈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건설사들은 현지에서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왔고 발주처와의 관계도 돈독한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나 상도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물량을 따기 위해 저가 수주에 매달리고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월급까지 지불하면서 인력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설령 공사를 수주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형편없을 수준이라는 것은 굳이 계산기를 두들겨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건설ㆍ증권 업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바로 '중동발 어닝쇼크'였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악화가 올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2000년대 말부터 저가로 수주한 공사 규모가 3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이후에도 저가 수주에 따른 후유증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액으로 700억달러를 제시했다. 양적 확대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제살 깎기 식 출혈경쟁의 폐해는 결국 국가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와 업계 모두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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