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합세해 쏟아내고 있는 일련의 미디어관련 법규와 조치들을 보면 이들이 대체 미디어산업 발전에 최소한의 의식이라도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디어 다원화가 글로벌 트렌드라는 이유로 과열 경쟁을 조장하고 시장과 산업을 혼탁하게 만들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정부 여당은 2009년 신문사의 방송사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한 후 지난해에는 종합편성채널을 무더기 승인하면서 채널도 노골적으로 특혜 배정했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미디어렙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종편 사업자들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거치지 않고 광고주들과 직거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무제한의 방임권을 주었다. 특혜, 특혜, 특혜…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또 하나의 경악할 조치를 가볍게 내질렀다. 바로 지난해 종편 사업권을 부여해 종합뉴스를 비롯해 지상파와 다름없는 TV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특정사업자에게 경제정보채널을 승인해 주었다. 종합보도기능을 가진 방송사업자에게 겹치기로 사실상의 보도채널을 또 내 준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규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조한다. 방통위가 말하는 법규 자체에 어떤 하자나 위헌성 여부가 있는지부터 철저히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방통위의 말이 몇 달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방통위는 종편사업자 선정 당시 기존의 보도채널은 반납하도록 했다. 특정 언론사가 종편과 보도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특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제채널 승인을 내준 특정사업자에게도 당시 기존 채널을 폐지하도록 했고 이 사업자는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랬던 것이 엊그제 같은 일인데, 이 사업자가 슬그머니 경제채널 등록을 신청하고 몇 달 시간을 끄는 척 하다가 어제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승인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국민에 대해 이렇게 얄팍한 눈속임과 지독한 기만이 있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이미 폭발지경인 미디어산업과 시장의 혼탁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종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공룡들이 헤집고 다니면서 결국 무한 채널 확장으로 이어진다.
미디어산업 정책에 관한 한 더 이상 방통위나 정부를 국민은 믿을 수 없다. 총선 후 새로운 국회가 그간의 모든 미디어정책 의혹과 특혜를 파헤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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