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원순, 이석연…. 정당 바깥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들썩일 때마다 여야는 코웃음을 쳤다. '무소속이 얼마나 가겠느냐'는 자신감이다.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자신들을 제칠 때도 "여론조사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며 한마디로 잘랐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당정치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나경원 최고위원)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정당정치의 기본이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정당의 가치에 공감하는 당원들이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당원이 결정한 정당의 주장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수에 따라 정당이 권력을 잡는 과정의 연속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오는 10ㆍ26 재보궐 선거를 비롯해 역대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당정치가 아니었다. 후보를 선출하면서 당원이 없는 것이다. 당원이 후보를 검증할 토론회는 고사하고 투표도 하지 않는다.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던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게 고작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열세였던 김충환 의원의 사퇴로 나경원 최고위원을 29일 사실상 후보로 결정할 예정이다. 시민과 당원의 여론조사로 선출하겠다던 과정이나마 거치지 않게 된 셈이다. 나머지 지역은 아예 주민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했다. 지난해 4ㆍ27 재보선에서는 국회의원까지 주민 여론조사가 잣대였다. 당원의 투표나 토론회를 개최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항변이다. 물론 여론조사가 '될 만한 후보'를 낙점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속내를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는 정치 신인을 가로막는 행위다. 정당의 후보는 당에서 길러내고 당원들의 승인을 받은 인재라야 정상이다. 당내에서 검증하고 선출하는 과정은 후보의 역량을 대중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 초반 한나라당에서는 '그렇게 인물이 없나'라는 불평이 속출했다. 구슬을 놔두고 꿰지 않는 정당의 눈에 인물이 보일 리 없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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