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9년 기상 관련 정보를 통합해 항공기의 운행 여부를 결정하는 종합통제센터(OCC)를 구축했다. 취항하는 공항지역의 시정·태풍·난기류·지진·화산 등 각종 날씨정보를 파악해 항공기 운항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위험기상에 따른 회항 횟수가 크게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기존 1만편당 7~11회 수준이던 위험기상으로 인한 회항 횟수가 4~6회로 대폭 감소했다. 기상정보를 잘 활용함에 따라 연간 2억5,000만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보게 됐다.
한국공항공사는 기상악화에 따른 항공기의 지연과 결항률을 낮추기 위해 날씨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기상정보를 활용하면서 항공운송 매출액이 820억원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또 날씨경영제를 통해 재난피해 관련 예산 58억원을 절감했고 여객 수송실적도 급증했다. 한국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기상악화로 항공기가 지연되면서 국민불편이 컸는데 기상정보를 활용해 정시운항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날씨경영을 도입하면서 연간 항공여객 운송실적도 5,000만명을 돌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안양컨트리클럽 등 5개 골프장에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을 설치해 잔디를 관리하고 있다. 날씨에 맞춰 급수 등을 조정하니 농약 살포 횟수를 줄일 수 있었다. 제일모직 측은 "AWS를 설치한 뒤 농약 살포횟수가 29% 감소했고 코스 품질 만족도는 39%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농약 구입비와 잔디 교체비 등 매년 5,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이 날씨를 경영에 활용하는 일은 이제 보편화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기온이 6도 상승하면 바비큐 판매량이 300% 증가한다는 정보를 판매에 활용한 지 오래됐다"며 "날씨정보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비용을 감축하려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날씨경영이 활용되는 산업 분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모바일·항공·해운·유통·방송·교통·관광·스포츠 등이 모두 기상기후 정보와 연계돼 있다. 최근에는 보험 등 금융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스테이트팜보험사는 대기과학자가 개발한 태풍예측 모델을 이용해 다음해에 지불해야 할 보험금 규모를 예측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컨설팅 서비스, 에너지·자연자원 관리, 보험 등으로 기후정보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산업계의 42%가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계의 40% 이상이 기상에 따라 매출 등 실적이 변동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날씨경영은 특히 재난관리에서 힘을 발휘한다. 올 2월 이례적인 폭설로 체육관 지붕이 붕괴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는 날씨경영 기법을 도입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 경주 일대에는 6일 동안 최고 75㎝의 폭설이 내렸다. 기록적인 폭설로 마우나리조트의 조립식 건물이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한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1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총 276건의 재난사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연재난(159건)이었다. 최근 1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연평균 2조1,214억원에 달할 정도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김도우 박사는 "21세기 중반까지 평균기온은 2.4~3.4도 상승하고 호우 일수는 30~40%, 폭염 일수는 50~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상악화에 따른 피해강도가 커지고 빈도가 잦을 것"이라며 "날씨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고 활용률을 증대시켜 호우·폭설·폭염·한파 등에 대비한 재난 예방활동 시간을 확보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기후 빅데이터 활용해 재난관리 부문에서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위성·선박·항공기 등을 통해 하루 35억개의 날씨 데이터를 전송 받고 있으며 자체 모델을 통해 1,500만개의 자료를 생성한다. 이 자료를 통해 허리케인 예보가 과거보다 3배 이상 정확해졌다. 미국 IBM은 '딥 선더(deep thunder)' 모델을 통해 기업의 전력 안정화와 전기설비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IBM은 전신주·변압기 등을 소유한 미국 전력기업에 '딥 선더' 모델을 바탕에 둔 날씨정보를 제공한다. 이로써 미리 폭풍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출 수 있는데다 설사 폭풍 때문에 전신주 파괴 등 단선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정전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IBM은 또 2016년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에 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의 정보를 제공한다. 리우데자네이루시는 IBM의 강우량 정보에 기초해 올림픽 폐막일을 정하는 등 성공적인 행사를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재난관리 등 날씨경영에서 어느 정도에 도달했을까. 재난관리를 위해서는 10일 이상의 중장기 예보의 정확성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이 미약하다. 김 박사는 "3일 이내의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단기예보의 정확도는 이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며 "하지만 재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기예보의 정확도가 40% 수준에 머물러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폭염·가뭄 등 비정형적인 재난에 대한 빅데이터 활용 모델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 박사는 "폭염은 특보 이외에 상세한 정보가 부족하고 가뭄은 공식적인 예측 전망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폭염에 대한 상세한 정보 축적과 가뭄진단 방법이 개선된다면 앞으로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상 수치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장비개선 등에 힘쓸 계획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슈퍼컴퓨터 3호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와 내년 하반기께 성능이 최대 30배 향상된 슈퍼컴퓨터 4호기 2대를 각각 도입해 수치예보 모델의 해상도를 높이고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시스템도 개발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산업계의 날씨경영 활용도도 더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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