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은 저마다 지역균형 개발논리를 앞세워 자유구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고 때마침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철 당리당략까지 맞물려 여간 첨예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받게 되는 만큼 자유구역의 장기적 성패 여부는 나중의 일이고 우선은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지자체들은 달려들게 돼 있다.
그러나 이제 국가적 관점에서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북아 경제허브 육성이라는 구호와 달리 경제자유구역이 선심성 지역개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다. 경제자유구역의 1차적 취지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실적은 민망할 정도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전체 FDI 가운데 경제자유구역의 몫은 3.7%(도착기준)에 불과하다. 2차로 지정된 3곳의 FDI 실적은 총 1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2003년 인천과 부산ㆍ진해, 광양 등 3곳으로 출발한 경제자유구역은 17대 대통령선거 바람을 타고 2008년 황해, 새만금, 대구ㆍ경북 등 3곳이 추가되면서 구역지정이 과잉상태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이번에 4곳 모두 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은 10곳으로 늘어난다. 충남과 제주도를 제외하곤 도마다 1곳의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국토와 경제력이 최소한 수십배에서 100배 많은 중국의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9곳이다.
정부는 내국인마저 등을 돌리자 지난해 전체 경제자유구역 개발면적의 25%를 해제했다. 정치와 지역개발 논리에 밀려 무분별하게 지정한 결과로 빚어진 국고낭비와 사유재산권 제약 등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보완책이라면서 사업 진척도에 따른 국고 차등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구역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마당에 추가 지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선거의 해에 구역지정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옳다. 나눠먹기식 구역지정은 경제자유구역 전체가 공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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