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봐도 친절히 답해 주던 서울시 ‘120다산콜’이 내년부터 음식점 위치 등과 같은 단순 생활민원에는 응대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행정민원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일 서울시 관계자는 “다산콜이 음식점 위치나 전화안내 등 단순한 생활민원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114로 안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다산콜센터 업무축소 계획’을 최근 박원순 시장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잡다한 생활민원에 일일이 응대하다 보니 업무가 폭주하고, 이대로 놔두면 상담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되는 등 비용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가 이러한 업무축소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다산콜센터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공유처럼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란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별의별 질문이 쏟아진다”며 “그동안 가능한 선에서 모든 질문에 답해왔지만 예산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시 안팎에서는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혼줄이 난 서울시가 뒤늦게 짜낸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120다산콜센터 상담사 수는 지난 6월말 현재 524명으로 정부 부처나 산하공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콜센터 가운데 두번째로 큰 규모다.
110정부민원 상담사 수(134명)와 비교하면 4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서울시 콜센터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콜센터보다 훨씬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다산콜센터의 업무축소 외에도 예산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규모에 비해 콜센터가 너무 비대해 조직축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번에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서울시 직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해 시가 부담을 느끼고 콜센터 인원축소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효성ITX, MPC, KTCS 등 3개 민간업체에 120다산콜센터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해마다 예산으로 18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예산을 줄이면 위탁업체들은 그만큼 고용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불필요한 통화량이 줄어들면 상담사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는 데다 추가고용 압박도 그만큼 사라지게 돼 장기적으로는 상담인원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다산콜센터에는 하루 평균 3만여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 가운데 17%(5,270통)는 서울시 행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질문이다. 화재 신고나 음식점 위치를 묻는 질문 외에도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현관문이 잠겼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등 황당한 질문이나 신세한탄을 늘어 놓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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