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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는 좋은데… 중국 내부서도 위기론

물가 안정에 수출 늘고 증시도 상승세지만<br>인민망, 재정 수입·지방채무 등 이례적 지적<br>개혁 위해 성장론자 견제·성장 하락 경고 포석


중국 거시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상하이증시가 급등세를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월가를 중심으로 퍼졌던 중국 경제위기론이 중국 내부에서도 불거져 주목된다.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인 인민망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구조가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고도성장 후 조정기에 접어든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재정ㆍ토지 수입 감소 ▦지방채무 위험 ▦부채에 의한 생산확대 한계 등 세 가지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서구 언론과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데 이어 중국 정부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관영매체에서 중국 경제의 리스크를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경제의 지속 성장과 아시아 외환위기는 우려일 뿐이라는 리커창 총리의 기고가 실린 상황에서 나온 경고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발 위기경고와 관련해 두 목소리가 아닌 한 목소리에 대한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개혁과제 시행을 위해 성장론자들의 힘을 빼는 동시에 성장률 하락이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단 중국 경제의 외형은 회복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같은 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안정과 전일 수출지표 호전에 힘입어 3개월 만에 2,200선을 회복했다. 장 초반 우선주 도입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증시는 전거래일보다 3.39%(72.53포인트) 오른 2,212.52를 기록했다. 증시 상승에는 CPI와 수출지표 호전이 기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CPI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돼지고기 등 식품가격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됐지만 거시경제정책 당국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6%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보다 덜 하락했다. 전일 발표된 수출지표도 증시에 힘을 실었다.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은 7.2%로 시장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경제지표 호전에도 중국 경제 위기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WSJ는 중국의 부채 수준이 2007년 미국의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하거나 1989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WSJ는 이러한 위기를 방어할 수 있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이미 균열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위기가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지적했다.

WSJ의 위기론 근거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가계 및 기업 신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금융기관의 부채를 제외한 중국의 가계 및 기업 신용은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170%를 넘어섰다. 미국의 가계와 기업 신용은 2001년 GDP의 143%에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77%로 치솟았고 일본 또한 1989년 이전 10년간 유사한 증가세를 보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부채가 이같이 급증해 어떤 형태로든 위기로 가지 않은 나라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채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국의 리스크 요인으로 금융시스템의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이코노미스트들은 꼽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월가의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의도적인 흔들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의 리스크는 성장과정에서 어느 나라나 겪는 진통이고 중국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위기가 과도하게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세계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적정 수준의 채무, 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분명한 경제개혁의 의지로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1월 3중전회의에서 경제개혁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나오면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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