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영화에서 소외돼온 국내 시ㆍ청각 장애인들도 제대로 영화를 감상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배리어 프리 영화 전용관 설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름부터 생소한 배리어 프리 영화설립추진위원회의 이은경(사진) 대표는 배리어 프리 영화의 의미와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영화는 영화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시ㆍ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특별 버전의 영화를 말한다. 영화에 단순하게 자막과 음성 해설을 추가하는 기존 장애인 영화와 달리 자막과 나레이션에 더 많은 정보를 넣고 사운드 디자인까지 새로 작업해 장애인들이 영화의 풍성한 맛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게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감독 등 영화전문가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 대표는 "특히 시ㆍ청각 장애인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해서 보는 영화로 만들어져야 된다는 점을 고려, 동반자의 영화감상 흐름도 깨지 않도록 까다롭고 정밀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들이 개봉영화 화제작 정도는 어느 때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전용 영화관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저작권 확보, 제작비용 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영화 감상권을 돌려주는데 우리 사회도 관심을 가져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도 적극 매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원회는 이에 따라 199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던 일본의 원로 감독 히가시 요이치의 '술이 깨면 집에 가자(2010)'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블라인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3편을 국내 최초로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만들어 일반 공개한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연출, 엄지원이 해설을 각각 맡았다. 또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과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도 각각 자신이 만든 영화를 직접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연출했다. 이 대표는 "내년 2월께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이 백 페이지'를 국내 최초로 일반 버전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동시 개봉한다"며 "하반기에는 배리어 프리 영화제도 개최해 국내 배리어 프리 영화 시장을 더 발전시키는 등 장애인들과 가족들이 보다 풍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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