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불평등 양상이 대물림 되는 경향까지 조사돼 정부의 보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건강형평성 현황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암환자 4만3,000여명의 소득계층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소득 5분위(상위20%) 남성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7.84%로 소득1분위(하위20%)의 24.04%보다 13.80%나 높았다.
조사는 지난해 윤태호 부산대 교수 등이 국가암등록자료 및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3년과 1년 생존율 차이도 각각 14.32%(43.42-29.10), 14.69%(61.94-47.25)에 달했다.
여성 암환자 역시 최고소득층과 최저소득층의 5년, 3년, 1년 생존율 격차가 각각 8.46%(60.81-52.35), 8.58%(65.72-57.14), 6.35%(77.37-71.02)로 확인됐다.
특히 소득에 따른 불평등은 치료 과정에서부터 나타나는데 남녀 가릴 것 없이 고소득 암환자일수록 이른바 4대 메이저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이 높은 반면, 저소득층은 종합병원과 병 의원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최경희 이화여대 교수 등이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발표한 ‘교육수준별 사망률 격차’ 보고서를 보면, 2010년 기준 30~44세 여성 중 중졸 이하 학력집단의 사망률은 대졸이상 집단의 8.1배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의 7.3배에 비해 5년 사이 차이가 더 벌어졌다. 30~44세 중졸 이하 남성 사망률 역시 대졸이상의 8.4배로 집계됐다. 자살 사망률도 중졸 이하 집단이 대졸이상의 7.1배(남성)~8.1배(여성)에 이르렀다.
몸에 이상이 있지만 병원을 방문하지 못했거나 치료를 중도에 포기한 환자의 비율, 즉 국민건강통계상 ‘필요의료서비스 미치료율’ 차이도 건강 불평등의 단면을 드러내는 근거로 제시됐다.
2011년 기준 4분위 소득계층 가운데 하층(하위 25%)의 미치료율은 23.6%로 상층(상위 25%)의 18.5%보다 5% 이상 높았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상층(6.2%)보다 하층(29.9%)에서 월등히 많았다.
특히 이런 계층간 건강 불평등 양상은 세대를 이어 대물림 되는 추세다.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 조사 결과, 2010년 기준 ‘현재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남학생의 비율은 아버지 학력이 중졸 이하인 집단에서 대졸이상 집단보다 2.9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여학생에서도 2.95%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확인됐다.
아버지 학력이 중졸 이하인 남, 여 학생의 흡연율 역시 대졸 이상인 경우보다 각각 8.5%, 6.3%포인트씩 높았다.
김동진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영국 등 유럽은 물론 건강의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미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건강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건강불평등에 대한 측정 지표를 마련해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 강하게 주장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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