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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조사비 국민캠페인이라도 벌여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0대 이상 직장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경조사비에 대해 조사했다. 연간 결혼식에는 11회, 장례식에 5회 참석하고 경조비로는 116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당 평균 지출경비는 7만원 수준이다. 경조사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크게 부담' 26%, '약간 부담' 57% 등 모두 83%였다.

퇴직자가 이 정도면 현직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경조사비 부담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친하지도 않은데 어려운 형편에 축의금을 내야 한다. 낯이 설어도 '갑'의 관계에 있는 거래처 사람 경조사는 의무감을 가지고 챙겨야 한다. 기분이 내키지 않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공직자나 거래처 경조사의 경우 사실상 뇌물에 가깝다. 뒤탈 없이 인간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경조사를 '한몫 챙기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까지 있다. 대부분 정치 등 각계에서 힘을 쓴다는 권력자들이다. 경조사에 부조는 미풍양속이지만 거품이 끼어도 너무 많이 끼었다.

경조사비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족, 친지, 친한 친구 등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 소박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 받고 축하하는 마음에 불원천리하는 사람들끼리의 의미 있는 행사인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축의금은 문제될 것이 없다. 기쁜 마음으로 주고 받기 때문이다.

분수에 넘치는 호화판 결혼식 문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특급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이라고 하면 하객들은 당장 '식사비만 해도 상당할 텐데'라는 생각에 축의금 부담을 느낀다. 대형병원에서 수많은 조화들과 리본들이 진열된 가운데 세를 과시하듯 치르는 장례식도 개선돼야 한다. 권력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한밑천 챙기는 기회이지만 민폐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국민 모두가 지금의 경조사비가 심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떠밀려 관행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정부는 총리실과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관혼상제 허례허식 줄이기'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허례허식이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경조사비 줄이기 국가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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