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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퍼트는 다른 어떤 샷보다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것은 골퍼들의 숙명이다." 유명 교습가 하비 페닉은 이렇게 말했다.
1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총상금 5억원)은 긴장감 속에서 마주하는 짧은 퍼트의 공포를 잘 보여준 짜릿한 한판 승부였다.
1만 명이 넘는 갤러리가 운집한 경북 인터불고 경산CC(파73·6,78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3라운드.
이정민(22·비씨카드)은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전날 2라운드에서 김보경(28·요진건설)에 1타 뒤진 2위에 자리한 이정민은 이날 전반에만 이글 1개를 포함해 5타를 줄이는 등 한때 4타 차 선두를 질주해 손쉽게 우승하는 듯했다. 하지만 막판 퍼트 실수로 공동 선두를 허용해 3차 연장까지 치르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정상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이날 각각 3타와 2타를 줄인 이정민과 김보경은 최종합계 10언더파 209타를 기록했다.
16번홀까지 이정민의 우승을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17번홀(파4)에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쳐 1타 차까지 쫓겼지만 까다로운 18번홀(파5)에서 4m 가량의 버디 기회를 만들어 그대로 챔피언이 결정되는 분위기였다. 버디 퍼트가 홀을 50cm 가량 지나쳤고 긴장한 나머지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을 자초했다.
연장전은 계속해서 18번홀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 연장전에서 이번엔 김보경이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세 번째 샷을 홀 1m 옆에 잘 붙였으나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 턱을 타고 돌아 나오면서 비긴 것. 짧은 퍼트 실수를 차례로 주고받은 두 선수는 두 번째 연장전에서도 나란히 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끝을 알 수 없던 승부는 같은 홀에서 홀 위치를 옮겨 치른 세 번째 연장 대결에서 갈렸다. 김보경이 세 번째 샷을 그린 너머로 보낸 반면 이정민은 2m 남짓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김보경의 네 번째 샷이 홀에 미치지 못했고 이정민은 그대로 퍼트를 성공시켜 혈투를 마감했다.
이정민은 올 시즌 13번째 대회에서 손에 땀을 쥔 끝에 첫 승을 신고했다. 직전 대회였던 한화금융 클래식 준우승 등 최근 5개 대회에서 4차례나 6위 이내에 입상하는 상승세를 과시했던 그는 2010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2012년 부산은행 서울경제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1억원의 상금을 받은 그는 시즌상금 3억114만원을 쌓아 랭킹 3위로 올라섰다. 7억원을 돌파한 상금 1위 김효주(19·롯데)는 공동 18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고 상금 2위 허윤경(24·SBI저축은행)은 공동 6위(5언더파)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연장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정민은 "너무 긴장해 쉽게 끝낼 수 있었던 승부가 길어졌지만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안성현 코치와 함께 가끔 크게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드라이버 실수를 줄였다"는 그는 "김효주 선수가 워낙 꾸준하게 치고 있지만 나도 샷 감이 좋아 차분히 기다리면 다시 우승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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