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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원자폭탄 개발'로 일그러진 천재 과학자의 삶

■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br> (로버크 오펜하이머 평전·카이 버드·마틴 셔원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br>인류에 核을 전한 오펜하이머 2차 대전후 끔찍한 위험 경고<br>공산당 동조로 몰려 나락으로


'원자 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총괄 지휘한 맨해튼 프로젝트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원폭 개발을 후회하면서 '핵무기'의 위험을 경고 했다. 사진은 원자 폭탄이 떨어진 이후 폐허로 변한 히로시마. /사진제공=사이언스북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 갈등과 고조되는 긴장은 핵무기가 처음 만들어진 지난 세기에 이미 예측됐다. 한반도에서도 핵을 무기로 힘겨루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평전'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출간됐다.

이 책은 화려한 영광과 더불어 고뇌와 오욕으로 일그러진 삶을 살았던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일생과 인간적 면모를 꼼꼼히 되살려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의 불을 훔쳐내 인간에게 가져다준 대가로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투하된 이후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먼슬리'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들은 다시 한번 올림푸스 산으로 돌격해 인간을 위해 제우스의 벼락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성공적으로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전쟁이 종결되자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대중에겐 존경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였던 오펜하이머는 이내 원폭 개발을 후회했고 원폭보다 더 강력한 수소폭탄 개발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우리는 대단히 끔찍한 무기를 만들었고 이는 세계를 한순간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히로시마에 투하한 폭탄은) 사실상 패배한 적을 향해 사용되었습니다. 그것은 침략자의 무기입니다."원폭 투하 이후 그는 미국 철학협회 청중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2차 대전 후 냉전 체제하에서 핵무기에 대한 그의 경고는 공산당 동조 행위로 정부의 의심을 사게 되고 1950년대 마녀 사냥식 매카시 광풍(미국을 휩쓴 반공산주의 선풍)에 휩쓸려 조사를 받았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소련과 내통했다는 등의 혐의는 벗었으나 비밀 취급권은 박탈당한다.



저자들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고 표현했다. 오펜하이머는 1963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오펜하이머에게 엔리코 페르미상을 주면서 복권되지만 얼마 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인 언론인 카이 버드와 미국 터프츠대학의 교수 마틴 셔윈은 25년에 걸쳐 100여명에 달하는 오펜하이머의 친구와 친척, 동료들과의 인터뷰, 미 연방수사국(FBI) 문서 열람 등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책을 완성했다.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 퓰리처상 전기ㆍ자서전 부문 상을 받았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천재 과학자의 일생을 통해 원성과 존경을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는 과학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봄직하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로서 핵 위협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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