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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갤브레이스와 드러커

20세기의 대표적 석학 두 분이 지난 2005년, 2006년 차례로 미국에서 타계했다. 드러커와 갤브레이스가 그들이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는 캐나다 태생의 경제학자로서 루스벨트ㆍ트루먼ㆍ케네디ㆍ존슨 그리고 클린턴 정권에 이르기까지 미국 민주당 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했고 케네디 정부 시절 주 인도 대사도 지냈다. 그는 문필력이 뛰어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원고도 다수 대필했는데 유명한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한 명문장의 원주인이기도 하다. 갤브레이스는 20세기 경제학자들 중 가장 많은 저서를 출판했고 또 저서가 많이 팔린 사람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데 그는 타계하기 2년 전에 쓴 마지막 저서 ‘경제의 진실’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시장체제란 사기다.” 그에 따르면, 시장체제란 자본가의 지배력과 노동자의 종속성을 은폐하고 독점과 착취, 자기파괴적인 속성을 감춤으로써 자신들이 누리는 체제를 반대자들로부터 보호하려는 제도다. 신상품 출하와 가격책정을 좌우하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다. 예컨대 인기인들을 등장시킨 광고와 엄청난 돈을 들이는 판매촉진 등은 그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유인하여 결국 그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전가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에서 등장하는 각종 구호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왕’이라든가 소비자주권ㆍ소비자권력ㆍ시장주권 등과 같은 것들에 토대를 둔 시장체제는 범죄는 아니지만 사기(innocent fraud)라는 내용이다. 갤브레이스는 50년 전인 1958년 ‘풍요한 사회’에서 과잉소비를 비판하면서 저축과 절약을 강조하는 전통적 지혜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피터 드러커(1909~2005)는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에서 강사를 했다. 나치 독일 탈출 이후 드러커의 경력을 나열하면 무척 길고 다양하다. 기자와 작가를 거쳐 GM과 GE 등에 컨설팅을 했고 조지 마셜의 특별고문 자격으로 마셜플랜을, 그리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교육정책을 자문했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정치학ㆍ경제학ㆍ경영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일본 미술을 강의했고 소설도 두 권이나 썼으며 “경영학은 인문학이다”라고 주장했다. 드러커는 말년에 비영리단체 활동에 관심을 집중하기도 했으며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라고 불렀다. 흔히 드러커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그런 칭호를 받게 된 것은 경제학에서 경영학으로 전환해 54년 ‘경영의 실제>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에서 드러커는 “우리가 하는 사업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이 고객창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드러커는 기업이 꼭 수행해야 할 두 가지 기능이 혁신과 마케팅이라고 주장했으며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갤브레이스와 드러커는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 우선 갤브레이스(97세)와 드러커(95세)는 오래 살았다. 늙은 사람이 말이 많은 것은 그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갤브레이스와 드러커 모두 말년에도 영향력을 행사했고 전자는 클린턴 대통령, 후자는 부시 대통령에게서 대통령 자유메달상을 받았다. 그리고 둘 다 주주중심주의와 스톡옵션 등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걱정했다. 갤브레이스와 드러커는 다른 점도 많다. 전자는 대표적인 케인지언으로서 정부의 역할을, 후자는 슘페터에 가까워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전자는 사람들이 보다 숭고한 정신을 가진 자들(higher minds)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고 후자는 지식근로자(individual knowledge)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역할을 하고 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시장체제에서 생산과 판매에 대한 권력을 쥔 쪽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므로 생산자 권력이 오히려 실체에 부합한다고 했으나 후자는 정보와 지식의 확산으로 권력의 중심이 소비자 쪽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자는 “어리석지만 큰 무리를 이룬 사람들의 힘을 절대로 얕보지 말라”는 말을 했고 후자는 1946년 한 잡지에 “산업평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과학이지 이념이 아니다”라고 갈파했다. 요컨대 전자는 산업사회의 문제에, 후자는 지식사회의 기회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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