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관계자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연준을 이끄는 벤 버냉키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앞으로 열리는 몇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출구전략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이처럼 수개월 내 정책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버냉키 의장이 발언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지난 4월 FOMC 회의록도 출구전략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회의록에서는 "상당수 위원들이 경제가 충분히 강하고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표가 나온다면 이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을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오는 9월부터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이제 수개월 내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아마도 9월 즈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프 라보그나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조만간 나올 경제지표들을 보고 연준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5월 고용지표가 아주 좋았던 만큼 6~7월에 지속 여부를 본 뒤 8월 회의에서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아 9월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의회 청문회에서도 '9월 출구전략설'을 염두에 둔 듯 합동경제위원회 의장인 케빈 브래디 공화당 의원이 "노동절(9월2일) 이전에 자산매입을 줄일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때의 지표를 봐야 할 것"이라고 답해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를 9월 FOMC 회의(9월17~18일)에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장 초반 버냉키 의장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양적완화 정책은 유효하다"며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하자 오름세를 보이던 다우지수는 이후 출구전략 가능성이 제기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4월 FOMC 회의록까지 공개되면서 지수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날 장중 최고치와 최저치 간 등락폭은 무려 276.44포인트에 달했다.
또 양적완화 축소로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2.026%까지 급등해 3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준이 지난해 9월 FOMC에서 매달 400억달러의 주택담보부채권(MBS)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12월에 추가로 매달 450억달러 상당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한 후 고용시장은 개선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8.1%에 달하던 실업률은 올해 4월 7.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소폭 줄이더라도 당장 시장이 이를 양적완화 종료 등으로 확대 해석하며 큰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처음으로 자산매입을 줄이더라도 이것이 '자동적이고 단계적인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경제지표에 따라 자산매입 규모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너무 이른 시기에 긴축으로 선회할 경우 경제에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긴축안을 쓰게 되면 시중금리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진행 중인 경기회복을 늦추거나 아예 멈춰버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