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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선비의 부푼 꿈도 보부상의 애환도 잠시 쉬어가던 곳

■ 경북 문경<br>모진 풍파 이겨낸 주흘관 '위풍당당'<br>전통가마 '망뎅이'로 명품사발 제작<br>약돌돼지 양념 석쇠구이 대표 먹거리

천한봉 사기장의 찻사발 작품들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장사치들이 봇짐을 메고 행상을 나가기도 했던 곳이다. 새재 중간에 있는 교귀정은 관리들이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으로, 아름 드리 소나무 한그루가 어우러져 풍광을 뽐내고 있다.

경상북도 문경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러 길을 나서 고개를 넘던 문경새재가 있는 곳이다. 한양과 동래(부산의 옛 이름)를 이었던 영남대로 중에서도 고갯길이 하도 험해 날개 달린 새조차 넘기 어렵다는 뜻의 새재(鳥嶺ㆍ조령)가 바로 여기를 말한다. 당대 최고의 관문이었던 새재는 보부상들과 궁중에 올리는 진상품이 넘나 들던 길이었고 퇴계나 서애 등 영남의 내로라 하는 선비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기 위해 발길을 옮겼던 곳이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장원급제를 한 후 어사화를 꽂고 금의환향할 때도 이 길을 지났다고 해서 '문경(聞慶ㆍ좋은 소식을 들음)'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 기쁜 소식만 전해졌으랴. 시대의 굴곡에 따라 슬프고 애달픈 소식도 들렸을 것이며 보따리를 지고 길을 나선 보부상의 두 어깨엔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었을 터다. 그래서일까. 진도아리랑에는 "문경의 새재는/웬 고개인고/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나네"라는 구절이 전해진다. ◇ 백두대간의 옛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경북 문경은 백두대간의 긴 줄기가 지나 가고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인 문경새재가 자리하는 '길 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 육지 길보다는 물 길이 교통의 중심을 이뤘던 조선시대엔 영남의 선비들이나 장사치들이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새재를 넘어 남한강에서 배를 타고 한양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양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동시에 가장 빠른 길이었던 셈이다. 1관문인 주흘관, 2관문인 조곡관, 고개를 넘어 만나는 3관문인 조령관 등 3개 관문으로 이뤄진 문경새재는 총 길이 6.5㎞로 걸어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1관문과 3관문의 해발이 각각 240m, 645m로 400m가 넘는 차이가 있어 겉보기엔 평탄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갯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점들이 늘어선 입구를 지나 백두대간의 최고 경승지로 알려진 문경새재로 들어섰다. 넓은 잔디밭 너머에 자리한 주흘관은 좌우로 조령산과 주흘산을 거느리고 모진 세월을 이겨낸 풍치가 위풍당당하다. 1관문을 통과해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옛 관리들이 쉬어가던 조령원터가 있다. '원'이란 역과 역 사이에 인가가 드문 곳에 설치한 일종의 국영 여관으로 조선 시대 관리들이 고개를 넘기 전에 하룻밤 지내는 장소였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원터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는 한 잔의 술로 갈증과 피로를 달래며 쉬어가던 주막이 있다. 원형 그대로 복원된 주막에 걸터앉아 흐르는 시냇물과 산새 소리를 들으며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주막을 지나 좀 더 걸어가면 새로 부임하는 관리에게 떠나는 관리가 업무를 인수하던 교귀정이 있다. 교귀정을 아름드리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의 기품이 남다르다. 교귀정을 지나면 본격적인 새재길 걷기가 시작된다. 마사토가 덮여있어 걷기 코스로는 최고 코스라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마사토의 특성상 여름 장마철엔 비에 쓸려내려가 시청이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니 정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상수리나무, 소나무, 자작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따라 들어서면 이리 저리 뒹굴고 있는 마른 낙엽들도 만날 수 있다. '올 한 해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흘관에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자락이 둘러싸고 있어 천혜의 요새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냇물 건너에 자리잡은 약수터는 물 맛이 시원하고 달아 늦가을 갈증을 단번에 풀어준다. 조곡관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이다. 이곳을 통과하면 충청북도 괴산군으로 들어선다. ◇ 민초들의 도자기를 구워내던 곳 문경은 찻사발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문경의 도자기 역사는 고려초기 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쳐 조선 막사발 재현에 이르기까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사토와 땔감 풍부했던 천혜의 자연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백두대간이 뻗어있는 문경 지방은 사토 광맥을 따라 도토(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재료) 매장량이 풍부하고 예천이나 상주 지방과 연결된 하나의 도토 벨트를 형성하고 있어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도자기를 굽기 위한 연료수급이 용이하다는 이점도 갖추고 있다. 소백산맥이 동서로 뻗어 높은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어 장작을 주된 연로로 하는 가마터에 중요한 공급원이 된 것이다. 생산 제품의 운송 문제가 어렵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경은 중첩된 산악지대로서 언뜻 생각하기엔 유통조건이 불리할 것 같지만 황강나루와 하진나루, 삼강나루가 한강 수운과 직결되는 거리에 있어 한양 등 대도시로 도자기를 운반하는데 편리했다. 이러한 장점 덕택에 문경에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민요(民窯, 백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자기) 중심의 도요지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 일대에서만 고려청자 가마터, 분청사기 가마터 등 총 83곳의 가마터가 확인됐으며 이밖에 200여 곳에 가마터가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문경은 발 물레와 흙뭉치를 촘촘히 박아 만든 전통 장작 가마인 망뎅이 가마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진흙으로 구워 가마 내의 열을 골고루 복사해주는 역할을 하는 망뎅이는 성인 남성의 팔뚝만한 크기로 12칸 짜리 한 가마에 1만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독특한 구조 덕에 1,000도 이상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데다 불길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특징을 가진 이 가마는 명품 찻사발을 탄생시키는 원동력 역할을 한다. 전국에 7명밖에 없는 도예 명장 가운데 천한봉, 김정옥, 이학천 씨 등 3명의 명장이 지금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도자기 본향으로 공인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중 한 명인 도천 천한봉(77) 사기장은 "문경에선 지금도 소나무 장작을 때서 그릇을 굽는 전통기법을 고수한다"며 "문경의 질 좋은 흙과 장인의 정성어린 손길, 한국 소나무 불꽃의 절묘한 만남이 오늘날 문경 도자기 명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박하고 기교가 없어 순수한 것이 특징인 문경 도자기는 투박한 미학이 오히려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숙박과 대표 먹거리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에 위치한 STX리조트는 뒤로는 청화산ㆍ둔덕산ㆍ연엽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앞으로는 도장산과 쌍용계곡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노는 형태를 뜻하는 '쌍용농주형'의 명당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해 12월 지하 1층~지상 10층에 호텔식 객실(총 200실)과 함께 알카리성 온천을 이용한 스파를 포함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문을 연 최신식 타워콘도미니엄이다. 그 중 온천을 이용한 스파는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리조트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을 조망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며,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맡으며 히노키 노천욕을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문경새재 입구에는 식당들이 몰려 있는데 특히 약돌돼지 석쇠구이를 하는 집이 많다. 이 중에서도 할매집과 할매집 주인의 딸이 운영하는 탄광촌식당이 잘한다. 대표 음식인 약돌돼지 양념석쇠구이(1만 2,000원)는 거정석을 분처럼 잘게 갈아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를 재료로 쓰는데 냄새도 없고 돼지의 육질이 뛰어나 석쇠구이용으로 최고로 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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