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논란에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법원장들이 2일 FTA 논란에 대해 논의했다. 전국 고등법원장과 지방법원장 등 31명은 이날 오전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 사법부 주요 현안을 의제로 토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판사들의 FTA 반대의견 표명에 대한 대응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국민은 법관에게 법률전문가이기 앞서 사려 깊은 이해심, 불편부당한 균형감각, 높은 경륜과 포용력을 갖춘 원숙한 인격자이기를 요구한다”며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도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절체절명의 과제는 바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재판에 대한 신뢰는 법관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그 믿음은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존경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의 발언은 한미 FTA에 대해 법관들이 여과 없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개진하는 데 대해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전날 김하늘(43ㆍ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일 수 있으므로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100명 이상의 판사들이 동의하면 한미 FTA를 법리적으로 분석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대법원장에게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까지 120여명의 판사들이 댓글로 동의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청원서 작성 등 준비작업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들은 현재 정부 직제상 한미 FTA에 대한 법리 검토를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법부가 자체 TF를 구성해 이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먼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TF 구성을 청원하게 될 판사들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지에 대해서도 고위 법관들의 견해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들은 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이드라인 제정 문제와 이에 대한 판사들의 반발 기류를 놓고도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의 정식 안건은 애초 국민과의 소통 활성화, 1심 충실화, 평생법관제 등 인사개선안 등으로 잡혔으며, 장애인ㆍ아동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안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박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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