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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독재정권식' 대입정책
입력2007-06-17 16:55:48
수정
2007.06.17 16:55:48
노희영 기자
“여름방학을 목전에 두고 올해 대입전형을 이렇게 뒤집다니 이건 독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지난 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 대입 교육업체의 입시설명회. 수능 150일을 앞두고 올해 대입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교육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입시전문가들과 학생ㆍ학부모들은 이날 아침 신문마다 대서특필한 내신 실질반영비율 상향 조정에 대해 충격과 불신을 표출했다.
강사로 나선 이 회사 대표는 설명회에서 “입시전문가 생활 21년간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지난 80년 7월30일 전두환 정권이 여름방학 중에 본고사를 폐지한 사상 유례없는 일 이후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학생들도 “올해 내신보다는 수능이 중요할 거라고 해서 수능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1학기도 다 지나가버려 내신성적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다”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날 신문에 보도된 내용은 당초 발표안보다 훨씬 수위조절이 된 것이었다. 15일 교육부 브리핑에서는 ‘내신 실질반영비율과 명목반영비율의 일치 및 내신 기본점수 폐지’가 언급됐다. 놀란 기자들은 “내신등급간 점수차이가 60점 이상 벌어져 내신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은 수능ㆍ논술을 통해 만회할 수 없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말 한거냐”며 질문공세를 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육부 관계자들은 발표자의 개인적 견해였다고 발을 빼면서 공식적인 입장 정리를 하고 다시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오후에 다시 열린 브리핑에서 교육부는 ‘내신 기본점수를 부여할 수 있지만 수능 및 논술에도 기본점수를 부여해 내신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50%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한층 완화된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해프닝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대학들이 내신 무력화를 시도, 학생들의 혼란이 커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내부 의견조율 없이 무작정 언론 앞에 나선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입시설명회장에 꽉 들어찬 5,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인가. 오락가락하는 입시정책에 대한 불안감에 지푸라기라도 건지고 싶은 마음으로 온 것은 아닌지, 과연 이들이 전날 교육부 브리핑 현장에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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