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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종

한해의 마지막 날이면 우리는 또한번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 한다. 매년 치러지는 행사이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되면 진심으로 지난 일년을 회상하고 반성하게 된다. 마치 조상들이 후세를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종소리 듣는 시간을 마련해 놓은 것 같다.보신각에 종이 매달린 것은 1398년 태조 7년부터라고 한다. 지금의 자리가 아닌 인사동 앞 대로에 있던 청운교 서쪽에서 1413년 자리를 옮겼다. 오늘날 고유명사로 부르는 종로라는 지명도 오랜 기원으로 비롯됐다는 것이다. 보신각은 다분히 유교적이며 불교적이다. 조선왕조는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유교적인 덕목인 인의예지신이라는 오단을 각각 4대문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동대문은 홍인지문, 서대문을 돈의문, 남대문을 숭례문, 그리고 북쪽엔 홍지문을 따로 세우고 수도의 중앙에는 보신각을 세워 인의예지신을 완성 했다. 그 이후 인경과 파루, 곧 밤에 통행금지를 알리고 새벽을 알리며 통행을 허락하는 종으로 자리매김 됐다. 이를 어길 경우 경수소에서 하룻밤을 잡혀 있게 됐고, 밤 11시, 1시, 3시에 통금위반자로 하여금 북을 치도록 했다. 「경을 칠 놈」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때 인경은 28번, 파루는 33번을 치는데 28은 하늘을 28수로 나눈데서 비롯되고 33은 불교의 도리천, 곧 하늘의 33천을 의미한다.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의 종소리가 33번인 것도 이를 따른 것이라 한다. 과거에는 서울시장을 비롯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요인들이 나와 새해를 알리는 종을 쳤다. 주로 웃사람들의 전시용 행사였다는 말이다. 다행스럽게 94년부터는 시민들을 대거 참여시켜 새해를 맞는 소박한 소망과 각오를 새롭게 하는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옛 종소리는 들을 수 없다. 지금 걸려있는 종은 85년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서 주조한 새 종이다. 옛 종은 금이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보신각종처럼 우리 사회에도 금이 가 있어 새로운 종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면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그런 종소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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