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권이 잇따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를 촉구하는 가운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ECB가 아예 돈줄을 끊을 것임을 시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본확충 계획이 지연된 그리스 4개 은행의 유동성 공급 대상 제외를 결정하기로 했다. 은행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FT는 "ECB는 이번 결정이 4개 은행의 자금확충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리스에 국제사회와 약속한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그리스 금융 시스템에서 플러그를 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그리스 4개 은행은 ECB 대신 그리스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긴급 유동성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지만 이 역시 EC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ECB는 "자본확충 절차가 마무리되면 해당 은행들에 수일 내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가 이미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대폭 줄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네덜란드 경제일간지 피난시엘러다흐블라트는 익명의 ECB 관계자를 인용해 "그리스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미흡하다는 우려로 이들 은행에 대한 ECB의 유동성 공급이 지난 1월 말 730억유로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는 2차 총선일을 다음달 17일로 정하고 선거를 관리할 과도정부 총리로 파나지오티스 피크라메노스 행정대법원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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