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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7월 25일] '막장' 드라마 폐해 심각하다

황원갑(소설가)

한동안 조용한가 싶었던 소위 ‘막장’ 드라마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편이 아내를 성폭행하고, 의붓남매끼리 키스를 하고, 쇠파이프로 마구 두들겨 패고, 공공연히 청부살인을 하는 등 지상파 방송 드라마들이 또다시 선정적이고 패륜적인 화면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성폭력·청부살인 등 정도 지나쳐
드라마의 주시청자는 주부를 비롯한 평범한 서민들이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저녁 시간에 이처럼 불륜과 폭력으로 도배질하다시피 한 드라마를 계속 내보내야만 하는가. 드라마를 가리켜 필요악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처럼 윤리도덕을 무시하며 공공성을 해치는 ‘막장’ 드라마를 계속 제작, 방영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곤란하다. MBC TV의 일일드라마 ‘밥줘’는 시청률 20% 고지에 가장 먼저 올랐지만 이와 비례해 시청자들의 비난도 거세다.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 불륜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동거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바람난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아내가 연하의 사진작가와 얽힌다는 설정도 ‘막장’ 드라마의 전형이다. 이 드라마는 또 외도를 한 남편이 침실로 가려는 아내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뒤 욕실로 끌고 가는 장면, 아내가 욕조에 앉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우는 장면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부부 간 성폭력을 연상시킨다며 비난했다. 이런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마는 계속 ‘막장’으로 달려갔다. 화가 난 아내가 별장에서 외간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며 ‘마침내’ 맞바람을 피우는 내용으로 내달린 것이다. MBC TV의 수목 드라마 ‘트리플’에서는 유부남인 의붓오빠와 동생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갔는가 하면 주인공의 친구가 별거 중인 주인공의 아내에게 적극적으로 애정 고백을 하기도 했다. 같은 MBC TV의 주말 드라마 ‘친구’에서는 영화와 비슷한 수준의 폭력과 욕설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또 SBS TV의 수목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는 선상 시위를 벌이다 잠이 든 선원들에게 석유를 뿌리는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납치범들을 쫓아갔다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마구 두들겨 맞는 장면 등이 나왔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가격만 맞으면 청부살인도 한다”고 하자 친구가 “와우! 나 당장 계약해야겠다. 끈질기게 안 떨어지는 계집애 하나 있는데 좀 죽여줄래?”하는 엽기적인 장면도 나갔다. 공익 해치는 프로 몰아내야
입으로는 공영을 내세우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처럼 ‘막장’ 드라마에 집착하는 이유는 오로지 시청률 때문이다.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가 붙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가 아니라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막장’ 드라마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보다 건전한 프로그램에 광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태가 각박해지니 미풍양속은 점점 사라지고 예의도덕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토록 염치없고 각박하게 만들었을까. 인간교육은 팽개친 채 ‘시험기계’ 양산에만 열을 올린 교육의 잘못도 크지만 불륜과 폭력으로 일관하는 ‘막장’ 드라마처럼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저질 방송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방송의 영향력이 신문을 앞지른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그 영향력이 인터넷에 밀렸다고도 하지만 아직도 방송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런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막장’ 드라마를 계속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도 ‘막장’ 드라마를 근절할 때가 됐다. 사회정의와 공익을 해치는 부도덕하고 몰염치ㆍ파렴치한 ‘막장’ 드라마는 사회악으로 규정해 방송에서 몰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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