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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스펙 쌓기와 기업 역할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올여름 대학가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2학기 개학 이후 각 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예비 졸업생들의 불안한 표정을 볼 때마다 스승으로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난은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학점, 외국어 점수, 자격증 취득 등 학생들마다 준비하는 내용도 비슷하다. 이러다 보니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점수를 따려는 과잉경쟁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천편일률적 스펙 쌓기라는 목표에 함몰돼 자신의 전공ㆍ특기ㆍ적성과 무관한 자격증이나 공모전에 매달리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토익보다 실무능력 따져 채용 추세

문제는 이러한 스펙들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정작 취업 후 업무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구직자가 여름방학에 쌓았으면 하는 스펙'을 조사한 결과, '관심 직종ㆍ업종 관련 인턴십'이 42%로 가장 높았고 대외활동이 23%로 그 뒤를 이었다. 어학성적 등의 스펙, 관련 아르바이트, 여행 등이 이보다 훨씬 비중이 낮았다.

실제 기업에서는 획일화된 스펙보다 인성을 계발하고 다양한 실무경험을 한 학생들을 선호하는데 학생들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필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대학생 우수논문 공모전에 심사위원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심사에 참여한 바 있다. 농식품 분야에 대한 대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논문들을 접할 수 있었다. 몇몇 논문들은 현업에 적용도 가능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본인이 관심을 갖고 산업현장의 실무와 접목해봄으로써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인재발굴 인턴십ㆍ공모전 기회 넓혀야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가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최종적으로 그 기업의 담당자가 돼 해당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는가. 이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아닐까.

청년취업 문제에 있어 학생과 학교는 물론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모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어학 등 정량적 요소보다는 직무 관련 경험과 관심도를 중시하는 '탈(脫)스펙'이 트렌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어학성적ㆍ자격증으로 대표되는 획일화된 잣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와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성, 글로벌 마인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과 열정까지 알아볼 수 있는 인턴십이나 공모전 기회가 기업 차원에서 더욱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스펙 과잉경쟁에 벗어나 현장형ㆍ실무형 인재를 뽑을 수 있다.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기업이 고민과 투자를 아까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논문공모전이 또 하나의 '스펙 쌓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상한 대학생들에게 부분적으로나마 채용과 직접 연계된 가산점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부는 청년취업과 관련해 '스펙 초월 시스템'구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직무능력 평가를 도입하고 채용전형도 스펙을 고려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나 오디션 방식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요즈음 많은 공공기관들이 단순히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일자리 창출과 관련 정량지표를 맞추기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정부 3.0' '공공기관 3.0'을 향한 초석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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