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을 말하는 수쿠크는 지난해 우리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다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됐다. 수쿠크는 이자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이자 대신 특정 사업에 투자한 뒤 배당금으로 받는 형태다. 투자 분야도 술ㆍ도박ㆍ무기 사업은 금지돼 있다. 이슬람채권을 국내에서 허용하려면 관련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내에서 수쿠크 발행 길이 열리면 이슬람 지역의 풍부한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나 중동 프로젝트 차입여건도 개선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이슬람채권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수쿠크 발행규모는 326억달러로 2010년의 150억달러 수준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올 들어서도 급증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외화차입선 다변화를 위해서도 수쿠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화표시채권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등에 집중돼 있다. 중동을 비롯한 그 밖의 지역에서 자금차입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체제에서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화차입은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시장 리스크로 해당 지역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우리 금융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린다. 수쿠크는 그런 점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쿠크 도입은 다른 부대효과를 낸다.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신뢰관계를 강화하는 데 큰 기능을 하게 된다.
최근 박재완 장관이 종교인 과세 문제를 거론한 것은 수쿠크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지만 그런 배경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수쿠크를 적극 검토해볼 시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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