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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

가뭄과의 사투에 모든 수단 동원… 人災라는 말 없게 할 것



내달까지 계속되면 전국적 피해… 모내기 마친 벼농사도 차질 우려

가뭄 만성화는 전세계적인 현상… 체계적 물 관리 선제 대응 필요

농업용수 파악 등 ICT기술 이용… 정보 스마트화로 업무효율 높여

개성공단 배후지역 농지 활용 등 북한과의 농업협력도 지속 추진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지역은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물을 퍼 날라야 흉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인재라는 소리는 듣지 않게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16일 한국농어촌공사 세종 사무소에서 만난 이상무(66·사진) 농어촌공사 사장의 얼굴에는 긴박함이 가득했다. 봄부터 이어진 가뭄 때문에 전국 농지가 말라가는 탓이다. 공사는 저수지 관리·개발을 통해 전국 농어촌의 농업용수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뭄으로 파종기를 놓치거나 생육이 더뎌 생산량이 줄어들며 배추와 무 등 채소 값까지 뛰고 있다. 가뭄이 앞으로 한 달 이상 더 이어지면 채소 값 고공행진으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해도 상당히 가물었지만 올해처럼 농사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가뭄에 대비해 전국 저수지에 물을 채우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도 예상보다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뭄이 계속 이어질 경우 채소·과일 등 밭농사뿐만 아니라 벼농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사장은 가뭄이 만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뭄이 반복되고 강도는 점차 세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가뭄에 대한 체계적 관리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가.

△사투란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가뭄이 심해 이제 비가 5㎜, 10㎜ 이렇게 와서는 소용이 없다. 경기 북부와 강원도가 특히 심하다. 인천 강화와 경기 파주, 강원 철원의 평균 강수량은 평소의 절반도 안 되고 있다. 이들 지역 31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30%에 그치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강원도는 양파와 감자 등을 경작하는 고랭지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원주나 홍천, 춘천도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경기도 연천과 포천 지역도 가뭄으로 농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올해 가뭄으로 인한 흉작 가능성은.

△가뭄이 심한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은 공사가 지하수 관정을 뚫고 양수장을 가동하는 등의 작업으로 일단 모내기는 끝냈다. 문제는 이달도 큰비가 안 올 것 같다는 것이다. 장마가 늦어져 7월 초까지 비가 안 오면 심은 모의 활착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벼농사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7월 초까지 큰비가 오지 않으면 해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근근이 농사는 지을 수 있겠지만 수확량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7월까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전국적인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모든 국가기관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농민들에게 가뭄이 인재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총력 대응하고 있다.

-살수차나 소방헬기는 소용이 없나.

△살수차는 물이 부족할 때 효과가 있다. 지금처럼 가뭄으로 땅이 메마를 때는 큰 소용이 없다. 심지어 살수차는 도로가 없는 오지까지 못 들어간다. 헬기를 이용한 농업용수 공급도 생각보다 큰 효과가 없다. 물을 뿌리면 다른 곳으로 흘러내리거나 다 증발해버린다. 이 때문에 물을 주변 지역에서 끌어올 수 있는 양수기나 지하수를 뚫는 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이미 강화지역에는 저수지 양수저류 22곳과 지하수 8개를 뚫었다. 철원지역에도 양수저류 3곳을 마련했다.

공사가 관리하는 곳은 그런대로 올해 농사는 근근이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시·군이 관리하는 농지는 장비가 모자란다. 저수지 용량도 작고 양수장 시설도 좋지 않다. 여유가 있으면 돕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2년째 가뭄인데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가뭄 해결 대책은 간단하지 않다. 비가 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물을 주머니에 담아놓거나 끌어오면 된다. 물을 가두고 흘러가는 하천물을 퍼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지역이 현재 가뭄이 심한 경기 북부다. 파주만 해도 임진강이 있고 군남댐이 있다. 하지만 군남댐은 북한이 황강댐을 이용한 수공을 방어해야 한다고 물을 안 담아두고 있다. 무용지물인 셈이다. 연천·포천에도 한탄강댐을 짓고 있지만 홍수 조절용이라 물을 못 채운다. 수자원공사와 협의해 물을 좀 채워보려 해도 환경론자들이 두루미가 서식한다며 이를 막고 있다. 가뭄을 대비해 20~30%만 채우자고 해도 말이 안 통한다. 심각한 문제다.

-댐이 없는 해안지역은 어떻게 하나.

△강화도같이 해안지방은 궁극적으로 해수 담수화밖에 답이 없다. 그러나 고정 투자비가 많이 들어 정부나 지자체 모두 꺼리고 있다. 담수화 플랜트 만들고 싼값으로 해수 담수화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농업용수가 먹는 물처럼 깨끗할 필요는 없다. 500ppm 정도 염도가 있어도 농사하는 데 관계가 없다. 궁극적으로 해안지역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갖춰야 한다.

-보통 이맘때쯤 장마철 폭우 대책을 세우지 않나.

△가뭄에 가려 폭우대책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가뭄이지만 폭우대책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지금은 매우 가물어 있지만 7월 장마가 시작되면 폭우피해가 날 수도 있다. 지난해 마른 장마였으니 올해는 폭우나 태풍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 강릉에 하루 8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지 않나. 폭우 피해로 흉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침수 피해가 나면 24시간 안에 논이나 밭에서 물을 빼내야 농작물 피해가 없다.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비해 안전훈련을 하는 등 상당히 대비할 계획이다.

-가뭄이든 폭우든 저수지를 잘 관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맞다. 그래서 농어촌공사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스마트화다. 솔직히 공사의 활동 지역이 농어촌이다 보니 정보통신기술(ICT) 이용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ICT를 이용하면 효율적인 데도 말이다. (태블릿PC를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 공사 저수지 관리 애플리케이션이다. 취임 후 돈을 들여 개발했다. 이제 지사에 전화를 일일이 돌려서 저수량이 얼마냐 이런 업무를 하는 시대가 지났다. 농어촌공사는 농지 현황이나 저수량, 농업용수 예비 현황같이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공사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업무 효율은 얼마나 늘었나.

△업무를 스마트화하면서 정말 중요한 회의 말고는 정례회의를 없앴다. 아예 회의를 없애고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 이동 중에도 보고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사장 보고를 위해 자료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나한테 올 자료 따로 만들 시간에 관련 간부와 실무자들 30여명에게 동시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확인하고 검토하면 되는 일이다. 나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산도 클라우드 컴퓨팅화했다. 자기 자리, 자기 컴퓨터 이런 개념이 없다. 편한 곳에 앉아 업무를 보면 된다.

-북한과 농업협력도 준비해왔다. 어떻게 되고 있나.

△통일은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 농지 개간부터 시작해 저수지 등 농촌 지역 개발, 인프라 건설은 농어촌공사가 해야 한다. 계획상으로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남북농업협력개발사업단을 농어촌공사에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일로 생각하고 공사 내에 북한농업센터를 만들어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통일 이전에라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은.

△한국 기업들이 나가 있는 개성공단 배후지역에 농업단지를 만들 수 있다. 개성공단 공장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2년 전 이런 계획이 공개가 됐고 북한 쪽에 비공식적으로 제안을 여러 차례 했지만 반응을 안 보이고 있다. 북한만 응하면 금방이라도 실행이 가능한 사업이다. 북한에 농업 특구가 많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저수지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 어떤 작물을 심을지, 유통은 어떻게 할지도 알아야 한다. 북한 단독으로는 못한다. 남북협력을 대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

-농어촌공사인데 어촌사업 비중이 적다. 어촌 분야 계획은.

△그런 지적이 많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사 사업의 20%는 어촌개발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먼저 지난해부터 내수면 양식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4개 지구에 280억원을 투입해 조성할 계획이다. 어업유산자원 보전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충남 태안의 독살이나 경남 남해의 죽방염 같은 어업유산을 보존하고 관광사업화해 6차 산업화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국 어촌을 중심으로 어업유산 현장조사를 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

대담=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He is…

△1949년 경북 영천 △1971년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1971년 행정고시 10회 △1976년 미시간주립대 농경제학 석사 △1984년 대통령 경제비서관실 행정관 △1990년 미시간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1990년 농림부 농업구조정책·농어촌개발국장 △1996년 농림부 기획관리실장 △1999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필리핀 주재대표 △2004년 FAO 한국협회 회장 △2010년 농식품·농어업특별포럼 상임대표 △2013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해외사업 5년내 2,000억 규모로 육성"

동남아 대형 댐 프로젝트 수주에 사활

구경우 기자

"해외 사업 규모를 5년 이내 전체 매출의 5% 수준인 2,000억원, 장기적으로는 1조 원대로 육성할 것입니다."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은 "취임 이후 연간 76억원 수준이던 해외 사업 매출이 4배(270억원)나 늘어났다"며 "아직 전체 매출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더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공사가 앞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대형 댐과 방조제 프로젝트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의 4대강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공사가 줄었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세계은행(WB)에서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관개농업개선과 가뭄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공사는 현재 인도 우타프라데시 수자원개발사업, 인도네시아 까리안 다목적 댐 건설사업 등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24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공사의 농업용 댐·방조제를 건설기술과 수로 확충 등 수자원 개발·간척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우리 농업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아 앞으로도 수주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발도상국에 가보면 널린 것이 땅인데 농어촌공사는 그 땅에 물을 만드는 것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며 "물을 만들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농지개발, 농산물 유통 등도 함께 수출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사는 10조원 규모의 인도 칼파사르 방조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칼파사르 프로젝트는 인도 정부가 10조원을 투입해 새만금의 30배의 달하는 168억톤의 수자원을 조성하는 사업. 이 사장은 "인도 정부가 새만금 방조제 현장을 방문한 후 우리 측에 사업 진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며 "민간과 함께 진출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해외사업 부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농어촌공사 직원 6,000명 가운데 해외사업 전담인력이 5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인력개편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해외 사무소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해외사업 키워 우리 건설을 수출하고 젊은 농업 경영인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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