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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출구전략 공포] 신흥국 투자 불패신화 막 내리나

자금 이탈 속도 빨라져 이머징마켓지수 19% 하락<br>외환시장 잇단 규제속 일각선 "대응력 충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한 '버냉키 쇼크'가 신흥국 금융시장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면서 지난 10여년간 고수익 시장으로 각광 받아온 신흥국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급진전되는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엑소더스'를 미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공포가 초래한 일시적인 패닉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이머징마켓이 리스크에 상응하는 고수익을 안겨주는 시대가 끝났다며 장기적인 머니무브(자금 대이동)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년 전 대형 이머징마켓의 부상을 예견했던 골드만삭스의 도미닉 윌슨 수석 마켓 이코노미스트를 인용, 신흥국 자산의 고수익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주기적인 투자 기회는 앞으로도 왔다가 사라졌다 할 수 있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온 신흥국 자산의 투자수익 우위 시대는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3년 '브릭스(BRICs)'라는 이름의 창시자인 짐 오닐과 함께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 국가가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것임을 예고해 각광을 받은 인물이다.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이들 신흥국의 기여는 이제 정점에 달했으며 신흥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투자수익은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이 같은 회의론은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자금유출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19일 현재까지 한달 동안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무려 69억달러에 달한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대거 푼 지난 4년 동안 신흥국으로 유입된 3조9,000억달러가 주식ㆍ국채ㆍ외환시장을 통해 앞다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2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908.49까지 떨어져 연초 고점 대비 19%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 터키 리라화 가치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신흥국들이 현지 통화로 발행하는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74%포인트 상승(국채 값 하락), 5년 새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자 이달 들어서만 러시아ㆍ루마니아ㆍ인도네시아ㆍ이집트 등이 당초 예정했던 국채발행 계획을 속속 포기했으며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 발행에 실패하는 국가도 줄을 잇고 있다. 요동치는 외환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시장개입과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피화 가치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60루피를 넘어설 기세로 추락하자 인도중앙은행은 20일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헝가리중앙은행 관계자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상황이 근본적으로 뒤바뀔 경우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신흥국들의 리스크 대응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HSBC캐피털의 글로벌 채권시장 책임자 브라이언 파스코는 과거에 비해 신흥시장의 외국자본 의존도가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새로운 충격에 훨씬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들에 "자금이탈과 유동성에 대한 압박 강도에 따라 현명하게 완충정책을 사용해 시장이 질서 있게 기능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커다란 흐름이 변화하는 가운데 개별 국가의 대응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T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절묘한 타이밍에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신흥국 시장이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규모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브라질 등이나 구조적으로 자본이 유출되는 경상적자국인 인도ㆍ터키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갬인베스트먼트의 폴 맥마나라에 따르면 브라질 등이 시장의 충격을 견딜 만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자금유출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맥마나라는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는 사람은 없다"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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