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박 2척·청자등 380여점 또 나와

'수중 문화재 寶庫' 태안 앞바다 인양 유물 공개

수중발굴 사상 처음으로 '죽간'도 1점 발견

충남 태안군 마도의 수중발굴에서 제작 시기가 다양한 도자기 380여점이 출토됐다. 그 중 일부 중국산 도자기의 바닥부분에는 묵서(붓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태안 마도의 수중발굴에서 출토된‘이형(異形)’ 자기는 정확한 용도를 알 수는 없으나 잔을 올려놓는 받침대로 추정된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고선박 2척이 추가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2일 이곳에서 배 2척과 우리나라와 중국의 도자기 380여점을 인양, 공개했다.

마도 해역은 1970년대부터 유물의 발견ㆍ신고가 잦았던 곳으로 지난해 조사에서 고려청자 500여점이 인양됐고 지난 3월에는 국적과 시대가 다른 다양한 유물이 수습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인근 해역을 2개 지역으로 나눠 4월26일부터 6월23일까지 본격적인 수중 발굴조사를 실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태안 근흥면 소재 마도는 안흥항에서 뱃길로 30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북동쪽 400m 지점 해상이 이번 발굴지역이다.

발굴지역중 1구역에서는 새로이 발견된 고선박 선체의 일부인 저판(배밑) 5단과 좌우 외판이 각 2단씩 확인됐다. 이 배에 실렸던 청자잔 등 60여점은 차곡차곡 쌓여있는 상태 그대로 출토됐다. 또 땔감 소재인 석탄 덩어리와 볍씨, 대나무와 나무판에 붓글씨를 쓴 ‘죽간’과 ‘목간’ 조각이 각 1점씩 발견됐다.

국내 수중발굴에서 죽간이 발견된 것은 처음으로 글씨 내용이 뚜렷하지 않아 판독은 어려운 상태다. 발굴팀은 본격적인 선체 발굴을 위해 20×20m 크기의 그리드(격자)와 1×1m의 세부 구획틀을 해저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 2구역에서는 시대와 국적이 다른 도자기 300여점이 인양됐다. 가장 오래된 도자기로는 고려시대인 11세기 경 해무리굽청자가 출토됐다. 고려말 상감청자를 비롯한 다양한 청자와 15세기 분청사기, 17~18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백자도 함께 발견됐다.

중국 도자기는 송ㆍ원ㆍ청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나왔는데 일부에는 바닥에 묵서명(붓글씨)이 선명했다. 15~16세기 복건성 남부지역에서 만들어져 동남아로 수출됐던 명나라 청화도자기, 불투명한 푸른빛과 흰색이 섞인 청나라 백자발, 19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문발 등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태안 마도 일대는 고려시대부터 안흥정(安興亭)이라는 국제적 객관(客館)을 두어 국가 간 사신선과 무역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왔다”며“이번 발굴조사에서 시대와 국적이 다양한 도자기가 출토된 것은 이 지역이 당시 국제 무역 항로로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지역은 원래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리던 곳으로 선박 운행의 안전을 비는 뜻에서 안흥량(安興梁)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이번 발굴에서 나온 닻돌 5개는 다량의 돌로 닻의 무게를 잡아주려 했던 것으로 이 지역이 선박 난파가 잦았다는 과거 기록을 입증하는 자료다.

한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인양한 유물의 분석 및 치밀한 수중 발굴 조사를 위해 장기계획을 수립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