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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물'켜는 공급확대책
입력2006-05-07 16:54:00
수정
2006.05.07 16:54:00
최근 첫 분양 끝낸 판교 중소형·임대비중 높아 강남대체수요 흡수 실패<br>고급주택 수요 외면한채 공급늘려도 '약발' 안받아
서민주거안정과 수요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참여정부의 잇단 부동산정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책의 근본적인 궤도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요구는 서울 강남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거여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론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는 고소득층의 주거선택 폭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자본이득이나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고소득계층의 주거선택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위계층이 거주하는 강남지역의 재건축단지에 소형평형ㆍ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하는 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서민과 고소득층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사회적 혼합(소셜 믹스)’가 계층간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ㆍ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들도 각각 보고서를 통해 재건축 규제강화가 결국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오히려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한데 따른 것이다. 개발이익환수제, 기반시설부담금제, 개발부담금제, 용적률ㆍ층고제한 등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대책의 대부분이 정책목표와 반대로 일반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 각종 재건축 규제는 공급위축을 불러와 강남 일반아파트의 희소가치만 높이는 역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집값 불안의 근원지는 강남이라는데 대체로 이론이 없다. 강남은 교육ㆍ교통ㆍ생활편의시설 등 주거환경이 뛰어나 실수요든 투기수요든 수요가 넘쳐난다. 그런 만큼 강남 집값 상승률이 전국 집값 평균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서울지역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66.4%가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또 조그만 틈만 보이면 집값이 뛰고 그 파장이 다른 지역까지 미칠 수 있는 곳이 강남이다.
노무현 정부 38개월 동안 10.29종합대책, 8.31안정대책, 3.30재건축대책 등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이 무려 35차례나 쏟아졌고 대책의 핵심이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었지만 강남 아파트 시세는 대책이 발표되면 잠시 주춤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가장 확실하게 안정시키기 방안으로 중대형 고급 아파트의 공급확대를 꼽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확대를 위해선 강남의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재건축 규제를 풀거나 강남 재건축단지의 주거수준을 뛰어넘을 만한 대규모의 신도시를 개발,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인위적으로 중대형 고급 주택의 수요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원리에 맞게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며 “소형평형ㆍ임대아파트사업은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급확대방안이 없는게 아니다. 8.31대책 발표 때 수도권에 연평균 3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강남에도 버금가는 판교ㆍ송파신도시 5만가구 등 앞으로 5년내 현재 24만가구인 강남 3구 아파트의 40%에 해당하는 10만여가구 아파트를 새로 공급하고 강남수요 분산을 위해 강남에 버금가는 강북의 광역적ㆍ계획적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강남 재건축을 통한 주택 추가공급은 5~10%수준에 불과하고 강남의 용적률을 확대하면 교통지옥이 돼 20년쯤 후면 슬럼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허구일뿐만 아니라 투기수요만 부추길 것”이라고 강남 재건축 완화를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판교신도시의 중소형 분양이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강남수요를 끌어들여 집값을 안정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정부가 당초 강남 수준의 고급주거지 개발 차원에서 판교신도시 건설을 구상했으나 추진과정에서 중소형과 임대아파트 비중을 지나치게 높였기 때문이다.
양립하기 어려운 ‘서민주거안정’과 ‘강남 수요 대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고 수요분산 차원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겠다면 시장의 요구에 맞게 정책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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