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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펀드를 위한 변명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최대 화두는 자문형 랩이었다. 주식형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문형 랩으로 몰리면서 시중 자금의 블랙홀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15일 현재 국내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상품 잔액은 7조5,267억원으로 2009년 말(5,454억원)에 비해 무려 7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최근 한달 보름 동안 2,5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왔다. 지난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0조원 이상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펀드에서 랩으로 자금 대이동이 일어난 셈이다. 랩의 인기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선 지난 2007년 하반기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경우 펀드 수익률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주식형 펀드의 성적이 부진한 것일까. 직장인 A씨의 사례를 보자.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 상품을 물색하던 A씨는 지난 2005년 1월 말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보고 매달 50만원씩 적립식으로 넣기로 했다. 그가 선택한 펀드는 코스피지수의 등락률을 따라가도록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펀드였다. A씨는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자 펀드를 환매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A씨의 누적 수익률은 59%에 달했다. 연평균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낸 셈이다. 재테크 관건은 장기 분산투자 A씨가 투자수익을 내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펀드 가입 당시 932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줄곧 오름세를 타면서 2년 뒤인 2007년 10월31일에는 2,064까지 올랐다. 그의 펀드 수익률도 70%나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미국 금융 부실의 영향으로 이후 증시가 곤두박질 치면서 2008년 10월24일 코스피지수는 938까지 주저앉았다. A씨의 펀드도 수익은 고사하고 20% 정도 원금 손실까지 났다. 하지만 A씨는 증시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펀드에 계속 돈을 넣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주가는 2008년 9월14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한달 정도 더 하락하다가 10월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 이후는 탄탄대로. A씨는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다시 넘어서자 환매를 했다. 6년 동안 연평균 10%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이자 소득세를 뺀 은행예금 금리(3%대 중반)의 3배에 가까운 수익이다. A씨의 사례는 주식형 펀드도 투자기간과 종목을 적절히 분산만 시켜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주식형 상품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이고 여기에는 분산이 필수적이다. 분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은 종목분산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정 종목에 '몰빵'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펀드의 경우도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편중된 상품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낼지 모르나 길게 보면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적립식은 저금리시대의 대안 한동안 투자자금이 몰렸던 자문형 랩 상품의 인기가 최근 주춤한 것도 2월 이후 이어진 단기 조정 과정에서 이 같은 단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기간의 분산이다. 펀드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거치식으로 가입할 경우는 시점을 잘못 잡으면 수익을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2007년 10월에 거치식으로 펀드 투자를 한 경우라면 3년이 지난 지금도 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점을 고려하면 적립식 펀드만큼 훌륭한 투자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3년에서 5년 정도 여유 기간을 갖고 꾸준히 적립식 투자에 나선다면 은행 예금의 3배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보다 더 나은 수익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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