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심원단 평결을 수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펜사콜라 법원 배심원단은 19일(현지시간) 담배회사가 흡연 위험성을 알리는 데 소홀해 남편이 숨졌다는 부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2위의 담배회사인 R. J. 레이놀즈에 손해배상금 1,680만 달러(한화 173억4,000만원)에 징벌적 배상금 236억 달러(24조3,000억원)를 함께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징벌적 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손해액 배상만 인정하고 있다.
이번 평결은 플로리다주 흡연자와 유족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수천 건의 소송 중 배상액이 가장 많다.
플로리다에서는 2000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흡연자들의 집단소송에서 1,450억 달러(약 150조원)의 징벌적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으나 항소심과 주대법원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주대법원은 흡연이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토대로 흡연자 및 유족의 개별 소송이 줄을 이었다.
이번 사건의 원고 신시아 로빈슨는 남편이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다 36세였던 1996년 폐암으로 숨진 뒤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가 2008년 레이놀즈를 상대로 개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측 대리인은 이번 평결에 대해 “배심원단은 담배제조업체가 더 이상 담배의 중독성이나 치명적인 화학 물질에 관해 거짓말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레이놀즈의 제프리 레이번 부회장은 “극단적으로 과도하고 주법으로나 헌법으로나 용인될 수 없는 평결”이라며 즉각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레이놀즈는 담배 카멜과 살렘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플로리다에서는 레이놀즈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에 이미 수천만 달러 규모의 배상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