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환(換)시장 개입으로 상승세에 있던 환율이 일주일 사이에 50원 가량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원화값이 급등락하는 ‘안개 속 장세’라면 외화 수요가 있을 때마다 분할 매수·매도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부 개입 시 달러 분할 매수=여행이나 자녀 유학을 위해 외화를 사는 경우가 많은 일반인들은 환율 하락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살 수 있는 외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달러를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한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은 “자녀의 유학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달러를 매입하는 게 좋다”며 “다만 환율 예측이 어려운만큼 한꺼번에 사지말고 분할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규 한국씨티은행 압구정씨티골드지점 팀장도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외화가 필요한 사람은 분할매수 관점으로 달러를 모아서 사용해야 한다”며 “고액의 외화가 필요할 경우에는 달러 등 외화로 설정된 투자상품을 이용해 일정기간 동안 거둔 수익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달러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다량 매입을 해놓은 개인의 경우 정부의 환율 정책과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매도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김창수 팀장은 “달러를 많이 사놓은 투자자라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 때 파는 게 유리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 개입 시기를 유의하면서 상한선인 1,050원에 근접할 때마다 분할 매도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환율 변동성이 워낙 심한 데다 환헤지에 따르는 수수료도 적지 않은 만큼 재테크를 목적으로 외환을 사고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이미 외환을 매입한 사람은 당분간 환율 정책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화전환옵션 외화예금 관심=현재 시중은행에선 고객이 외화정기예금에서 환율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해 환율급상승 시 자동 적립을 중단해 환차손을 피하거나 환율이 하락할 경우 적립금을 늘릴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 예금상품 중 세계 각국의 통화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전환해 이를 자동으로 매입해 예금하는 통화전환옵션 외환예금 상품도 환헤지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임창희 신한은행 무교글로벌센터 과장은 “먼저 외화가 싸다고 생각되거나 갖고 있는 외화가 있으면 외화정기예금 및 적금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환율 헤지 뿐만 아니라 예금이율도 받을 수 있고 일부해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멀티플 외화정기예금’의 잔액은 지난 7일 현재 3,751억원으로 작년 말의 2,019억원에 비해 1,732억원(85.8%) 급증했다. 이 예금은 고객이 환율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해 환율이 큰 폭 상승할 경우 자동 적립을 중단해 환차손을 피할 수 있으며 반대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적립금을 1.5~5배 늘릴 수 있다. 우리은행의 ‘해외로 외화적립예금’ 잔액은 8일 현재 306만달러로 지난 5월말에 비해 63만달러 늘어나는 등 꾸준히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이 예금은 고객의 환위험 헤지를 돕기 위해 외화뿐만 아니라 원화로도 자동이체가 가능하며 이체주기를 1주일 단위로도 설정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하이파이 플러스 외화예금’은 8일 현재 1만4,065계좌로 작년 말보다 333계좌 늘어났다. 이 예금은 7일 이상 예치하면 외화 정기예금과 동일한 높은 금리를 받으며 예금 기간에 자금이 필요한 경우 5회까지 금리 손실 없이 분할 인출할 수 있다. ◇中企, 수익목적 환헤지 상품 가입 ‘NO’=올 상반기 환율 급등으로 키코(KIKO)등 환헤지 파생상품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이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 환율이 하락한다고 해서 수익의 목적으로 환헤지 상품에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환헤지 상품으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정부가 개입해 환율이 떨어지는 시기를 본 뒤 상품 해지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환율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수출계약 체결시점과 수출대금 결제시점 사이의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은행들의 선물환 서비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시스템은 우리은행이 우리투자증권,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외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환위험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선물환 거래 계약이행 보증금과 거래수수료를 낮춰 외환거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했다. 외환은행의 헤지마스터를 이용하는 기업 수는 8일 현재 2,272개로 작년 말보다 59개 늘어났다. 이 서비스는 자체적인 환위험 산출과 관리에 자신이 없는 기업에 환율변동에 따르는 보유기간별, 통화별, 거래종류별 환위험 정보와 미래예측환율을 제공해 자체적으로 환위험 헤지 관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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