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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북아프리카 경제 '흔들'

유럽發 경기침체·금융위기에<br>식민지·지리적 인접 특별한 관계… 한때 '동유럽 대체할 공장' 꼽혀<br>유럽 기업들 투자 몸사리는데다 이민자들 모국 송금액마저 줄어<br>성장률 곤두박질 '우울한 미래'<br>유럽국 원유·가스 의존도 높아 "조만간 예전관계 회복" 분석도



"지난해 투자 가치가 오르지 않은 지역은 지중해지역, 특히 북아프리카밖에 없습니다." 매년 800개의 기업을 조사해 세계 각지의 투자 매력도를 공개하는 컨설팅사 언스트앤영의 분석이다. 언스트앤영이 오는 6월 공개할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중국과 동유럽의 투자매력도는 각각 15%, 7%씩 올랐지만, 북아프리카는 1%도 못 올랐다. 언스트앤영의 마크 레밋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가 전세계에서도 북아프리카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 등이 위치한 북아프리카 경제가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아프리카 투자를 주도해 온 유럽이 경기침체에 그리스 부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동유럽을 대체할 유럽의 '공장'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한 형편이다. 이는 아시아, 남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등이 선진국을 앞서는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 증대와 해외 자금 유입 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결과다. 당장 유럽 대륙과 가장 가까운 모로코 탕헤르 시만 해도 르노자동차 공장 건설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두 대륙 간의 수출 증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온 탕헤르-메드(Medㆍ지중해를 의미) 컨테이너 항구 건설도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7년 28억 달러였던 모로코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8년 24억 달러로 14% 줄었다. 유럽 대륙으로 각각 200만명, 80만명 이상의 이민자를 보낸 모로코, 알제리 등은 좀더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모로코 출신 이민자들이 지난해 모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45억 유로(약 6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5.3% 줄었다. 관광, 농업 외에 별다른 성장동력이 없어 이민자들로부터의 송금이 내수와도 직결되는 모로코로서는 큰 타격이다. 2007년 전년 대비 2.7%를 기록했던 모로코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8년 5.5%로 껑충 뛰어올랐다가 지난해 5.2%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적 요인으로 농업 생산이 증가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낮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튀니지와 리비아의 GDP 성장률도 지난 2007년 6.3%, 7.5%에서 지난해 2.9%, 1.7%로 주저앉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초에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관계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저렴한 인건비, 천연자원 등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역내에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유럽 국가들은 북아프리카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 관광산업 등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스페인(모로코 남부), 프랑스(모로코 북부ㆍ알제리ㆍ튀니지), 이탈리아(리비아) 등 과거 북아프리카를 식민통치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특히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두 지역의 경제 교류 열기를 누그러뜨렸다. 투자할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북아프리카보다는 당장 전망이 밝은 중국, 인도 등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두 지역 간의 장애물이 좀더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FT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아프리카의 경우 알제리와 모로코가 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어 온 데다 알제리가 외국인투자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북아프리카의 경제블록화를 막았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북아프리카에 경계심을 높여가고 있다. 주(駐)모로코 유럽연합(EU) 대사인 에네코 란다브루는 "유럽은 러시아나 미국의 위협보다도 북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의 위협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슬림계인 모로코ㆍ알제리 출신자들이 스페인이나 프랑스, 네덜란드로 넘어가 테러를 저지르거나 기도한 사실이 수차례 적발된 적도 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무슬림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세력을 넓혀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출품에 갖가지 규제를 적용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스페인의 외교정책연구소인 프라이드에서 '유럽-지중해 비전은 없다(The end of Euro-Mediterreanean vision)'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펴낸 크리스티나 카우쉬 연구원은 "프랑스와 스페인은 특히 북아프리카의 토마토 등 값싼 농산물 수입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아프리카에선 "유럽이 북아프리카 시장을 원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상품은 수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천연자원 때문에라도 유럽 각국이 경제 회복 이후 북아프리카와 밀접한 경제관계를 복원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유럽은 오는 2020년까지 천연가스 공급량을 30%(1,000억~1,200억 입방미터)나 늘려야 할 상황이다. 에너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탄소배출 억제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은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북아프리카 원유ㆍ천연가스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러시아만은 못하지만 북아프리카 각국이 유럽에 수출하는 원유 및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 수입량의 10%를 넘는다. 장기적으로 사하라 사막에서 생산되는 태양열 에너지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유럽은 싫어도 북아프리카와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국, 인도 등 경제 위기 이래 새로운 주요 투자 세력으로 부상하며 지역 내 선점 효과를 높여가고 있는 주요 신흥국들과 대결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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