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서 경영자로의 변신이 쉽지만은 않았다. 30대 중반에 최고경영자(CEO)로서 연 매출 800억원대의 회사 하나를 이끌며 해외 진출까지 지휘한다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류긍선(35ㆍ사진) 다날 대표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도 눈 앞에 놓인 기회를 좇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덕분에 모바일 결제시장이 커진다는 건 휴대폰 결제업체인 다날에 있어 엄청난 기회다. ◇아이큐 157, 수학ㆍ과학대회 휩쓴 영재= 류 대표는 어린 시절 소위 말하는 영재였다. 초등학교 시절 일주일에 한 번씩 상을 타왔다. 고무동력기 만들기 대회 같은 온갖 과학대회나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어오다시피 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치른 아이큐테스트에서는 157이 나왔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과학 관련 지식도 부모님에게서 많이 배웠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집에 컴퓨터가 생겼고 류 대표의 관심은 컴퓨터에 쏠렸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장 좋았던 성적이 이후로는 계속 떨어졌다"며 웃었다. 다른 가정들보다 다소 일찍 구입한 컴퓨터는 원래 류 대표의 아버지가 학생 성적관리를 위해 들여놓았던 것으로 류 대표에게는 사용 제한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게임은 안 된다'는 규칙이었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컴퓨터 게임을 포기하고 오락실을 찾거나 게임기가 있는 친구 집을 들락거렸겠지만 류 대표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럼 직접 게임을 만들자'고 마음을 먹은 것. 류 대표는 프로그래밍 책과 PC통신 게시판으로 독학을 시작했고 테트리스나 핑퐁 같은 기초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이 같은 '경력'은 1995년 서울대 전산학과 입학, 2000년 다날 입사로 이어졌다. 그는 "당시 박성찬 전 사장이 제시하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비전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개발자에서 경영자로=류 대표는 개발자로서 다날에 발을 디뎠다. 개발자 시절에는 여느 개발자들처럼 '식음을 전폐하며' 일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집에 갔다"며 "며칠씩 입은 옷에서 냄새가 나 섬유탈취제를 뿌려가며 일했다"고 말했다. 일이 좋았고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당시 류 대표가 거둔 성과는 지금의 다날을 만들었다. 그는 입사한 해 온라인 소액결제시장을 겨냥한 휴대폰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의 거의 모든 부분은 그가 도맡았다. 대만이나 중국 등 해외시장용 휴대폰 결제 시스템도 류 대표가 개발했다. 덕분에 2004년에는 다날 정보통신연구소장, 2007년에는 다날 개발본부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중간에 해외 사업 쪽도 담당했는데, 류 대표는 "덕분에 비즈니스 감각을 키울 수 있었고 성취감도 많이 느꼈다"며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런저런 협상을 하고 발을 내딛는 게 무척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2월에는 박성찬 전 대표이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애초에 CEO 자리까지 염두에 두고 입사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류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됐다. 그는 개발자 출신으로서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류 대표는 "NFC 같은 기술 트렌드를 맞춰나가거나 앞서나가야 살아남는 게 휴대폰 결제업계 특성"이라며 "개발자 출신이라는 게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사업자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다날의 기술이 어떻게 나은지 어필하는 데도 '개발자 마인드'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물론 어려운 점도 있지만 조직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과 해외시장이라는 기회=이제 겨우 반 년을 채운 초짜 CEO지만 갈 길은 명확하다. 바로 '스마트폰'과 '해외시장'라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소액결제를 늘리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서비스 이용권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제조사나 운영체제(OS) 중심이 아니라 무선 전자결제시장이 새로 생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에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나 거대 인터넷 기업들만의 시장 같지만 다날에도 커다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인터넷에서 강력한 결제 수단을 제공해온 다날이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NFC까지 활성화되면 "무선 전자결제시장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류 대표의 전망이다. NFC는 스마트폰을 따로 조작할 필요도 없이 NFC 결제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 등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모든 사람이 지갑 대신 스마트폰만 갖고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바일 결제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동통신사나 금융사 등이 NFC 활성화를 위해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까지는 언제부터 얼마나 NFC가 일상적으로 이용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날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휴대폰 결제와 NFC 결제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는 서비스 '바통'을 3월 선보였다. 바통은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스마트폰에 바통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편의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쓸 수 있다. 계산할 때 바통에서 일회용 바코드를 생성한 후 바코드 판독기로 읽기만 하면 된다. 류 대표는 "아직 NFC 인프라가 누구의 주도하에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바통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날은 이후 NFC 활성화의 기반이 잡히면 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류 대표는 다날의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제대로 된 휴대폰 결제라면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에서 통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다날은 미국과 중국 등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이동통신사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1, 2, 3위 사업자인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를 통해 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인 '크레디트'도 다날의 결제 시스템으로 충전할 수 있다. 물론 해외 진출이 쉬웠던 건 아니다. 류 대표는 "해외에서는 다날이 이름 없는 회사다 보니 만나기도 힘든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쓰는 결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류 대표는 "다날의 결제 시스템을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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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대표의 경영 스타일 직원 평균 나이 30대 초반, 봉사활동 등으로 동료애 쑥쑥, 가족적 분위기로 이직률 낮아 류긍선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특히 개발자 대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야근을 않는 개발자를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하지만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귀가하는 생활을 체험해본 류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망가진다"며 "업계 트렌드는 매일 변하는데 스스로 공부하고 성장할 시간이 없으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다날은 오후6시 퇴근을 지키고 있으며 직원들이 외부 교육, 컨퍼런스 등에 참가 의사를 밝힐 경우 거의 100% 허용하고 있다. 류 대표는 "10년 전처럼 회사에 24시간 붙어있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라며 "개발자들이 받은 교육은 인사 평가에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날 관계자는 "우리만한 규모의 다른 벤처회사에 비해 다날은 이직률이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적인 분위기, 강한 공동체 의식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도 분당의 다날 사무실에는 일에 쫓기는 분위기,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분위기라기보다는 평온하면서도 부지런한 기운이 흘렀다. 다날 직원들은 가끔 다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나 볼링대회 등을 통해 동료애를 키운다. 하지만 평균 나이 30대 초반인 직원들과 마냥 즐겁게 일한다는 건 그저 이상이 아닐까. 류 대표에게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는 게 어떤지 묻자 "젊은 사람들끼리 일한다는 게 단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조직이 커지면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장점을 버리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시로 조직을 보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원래 있던 장점을 잃어버리면 일반 회사와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업계의 독특한 창의적ㆍ도전적인 자세만은 절대 잃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날 사무실 한 켠에는 직원들이 첫 잔은 무료로, 그 다음 잔부터는 500원으로 마실 수 있는 카페도 마련돼 있다. 이 카페는 다날 직원들의 사랑방 역할도 도맡고 있다. |
■다날은 韓·中·대만 등 국가간 결제서비스도 조만간 선뵐것 다날은 지난 2000년 7월 국내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휴대폰과 초고속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시기에 다날의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금세 자리를 잡았다. 현재 네이버ㆍ네이트 등 주요 포털과 벅스ㆍ소리바다 등 음악 사이트, 엔씨소프트ㆍ한게임ㆍ네오위즈게임즈 등의 게임 사이트, 이마트몰ㆍ11번가ㆍ교보문고ㆍ티켓몬스터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날의 결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다날의 지난해 매출은 828억여원으로 전년보다 8%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5억여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9년 현지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제휴를 맺고 휴대폰 결제 서비스 '빌투모바일(BilltoMobile)'을 론칭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AT&T, 올해 2월 스프린트, 이달 4일 T모바일과도 손을 잡아 미국 4대 이동통신사 모두가 다날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징가, 넥슨 아메리카 등이 다날의 빌투모바일을 도입하고 있다. 또 중국에선 차이나모바일 가입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만의 모든 유무선 통신사와 손을 잡은 상태다. 다날은 국가 간 휴대폰 결제(IPNㆍInternational Payment Network)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다날의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ㆍ중국ㆍ대만ㆍ미국에서 먼저 IPN을 선보이고 앞으로 다날이 진출하는 모든 국가에도 도입해 전 세계를 IPN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다날은 기존의 결제 서비스에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전국의 베니건스 매장에 도입된 바코드 결제 서비스 '바통(BarTong)'이 대표적이다. 바통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휴대폰에 바통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본인만의 결제용 바코드를 생성해 오프라인 매장의 바코드 리더기로 찍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바코드 리더기라는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편의성은 높였다. 류긍선 대표는 "앞으로 편의점과 제과점ㆍ서점 등에서 바통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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