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오후 전체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백지화하는 조항을 삭제한 이른바 '클린 국토안보부(DHS) 예산안'을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가결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최대 500만명의 불법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관련 예산 항목을 삭감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모든 비난을 뒤집어쓸 것을 우려해 이번에 사실상 항복선언을 한 셈이다.
특히 그동안 강경투쟁을 주도해온 베이너 의장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여소야대라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당내 분란만 확인한 채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1차 셧다운 위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반대를 뚫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뒤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나중에 논의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베이너 의장은 지난달 27일 예산안 처리시한만 3주 연장하는 대안을 제시한 뒤 표결을 강행했으나 내부 반란표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상원이 급하게 시한을 1주일 연장하는 수정안을 처리했고 하원도 이를 통과시키면서 겨우 셧다운 사태를 면했다. 결국 그는 이민개혁안 무력화 작업을 포기한 채 이날 '클린 예산안' 처리를 당론 없이 개별 의원의 의사에 맡겼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베이너 의장의 행보에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은 거셌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은 모두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졌지만 공화당의 경우 찬성이 74표에 그치고 반대는 167표나 나왔다. 이 때문에 오바마케어, 2016회계연도 예산안, 세제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과의 추가 전투를 앞두고 베이너 의장의 힘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당내 쿠데타 가능성은 낮고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다는 게 로이터 등 외신의 분석이다. 베이너 의장을 몰아내봐야 대안이 없다는 게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법원이라는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다.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연방지법의 앤드루 헤이넌 판사는 지난달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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