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최근 시장조사업체들이 잇따라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를 경고하고 나섰다며, 이 같은 전망이 세계 경제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46개 신흥국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올해 1·4분기 신흥시장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의 4.5%보다 낮아진 4.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 2009년 4·4분기(3.9%)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금융협회도 신흥시장 경제성장률이 작년 1·4분기 4.6%, 4·4분기의 3.8%에서 올 1·4분기에는 3.4%까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킷 이코노믹스 역시 공식 지표를 자체 분석한 결과 올해 첫 분기 성장률이 5%를 밑돌며 지난 2009년 3·4분기 이래 최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각된 달러화 강세와 유가 하락이다. FT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세로 브라질, 러시아 등의 수출이 급락했으며,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우캐스팅 이코노믹스는 브라질 경제가 지난해 4·4분기 -0.3%의 역신장에 머문 데 이어 올 1·4분기에는 -1.24%로 한층 주저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성장률 둔화는 금융위기라는 외부요인을 충격을 받았다가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섰던 6년 전과 달리, 한동안 고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셰어링 연구원은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 경기 둔화는 상당부분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경기가 천천히 내려앉아 ‘뉴 노멀’로 표현되는 저성장 국면이 10년 가량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도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6% 중반이던 신흥국의 잠재성장률이 앞으로 5년간 5.2%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저성장을 경고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신흥국의 충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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