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다양해지는 미술가 등용문

비평가·큐레이터·일반인 난상토론 통해 검증… 방송 서바이벌 오디션…

민관 공모전 등 관행 벗어나 투명한 선발·대중과 소통 장점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도 도움

지난 6월9일 한남동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작가와 큐레이터,비평가 등이 참여한 '아마도 애뉴얼날레'의 난상토론이 열렸다. /사진제공=아마도예술연구소

케이블방송 아트스타코리아의 최종 3인으로 뽑힌 신제현(왼쪽부터),구혜영, 유병서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CJ E&M

신제현 작가의 '드로잉1'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 1800년대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당시 화가들은 살롱(salon)전에 작품을 발표해 인정받고 유명해졌다. 하지만 살롱전은 1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예쁘고 교훈적인 내용을 선호하며 형식적 관습에 빠져들었다. 그 바람에 개성과 도전정신의 작가들은 등단이 어려웠다. 마네는 귀족과 전라(全裸) 매춘부를 화폭에 담은 '풀밭 위의 식사'와 '올랭피아'를 살롱에 출품했다 낙선했고, 모네·드가·르누아르·로댕·쇠라 등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모조리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오히려 와신상담 끝에 이들이 개최한 '낙선전'이나 '무명예술가협회' 전시가 인상파와 새로운 미술경향의 포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 1949년부터 1981년까지 정부 주도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일명 '국전(國展)'이 작가 등용문으로 권위를 가졌다. 그러나 초기 취지가 보수적 아카데미즘, 심사위원 간 파벌 등 부작용을 낳아 막을 내렸다. 이후 신문사나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민전(民展)이 생겨나 다양성을 모색했다. 미술대학의 '학파'를 중심으로 한 추천과 발굴도 있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대안공간이 등장해 작가 진출의 새 통로로 역할 했으며 메세나 기업의 '미술상'도 등장했다.

그랬던 우리 미술계에 최근 새로운 작가 등용문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을 통한 예술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는가 하면 난상토론을 통해 작가검증 과정을 공개하는 신개념 전시도 생겨났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비영리미술기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이라는 전시가 개막했다. 보통 전시는 작가의 완성작을 선보이는 데 반해 이는 설치된 작품이 난상토론을 후 변화하는 '진행형'이다. 우선 윤범모 한국큐레이터협회장과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대표, 안규철·김미진·유진상·박혜성 교수 등 운영위원과 협력큐레이터로 구성된 비평단이 젊은 큐레이터를 선정했고 이들이 추천한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두 차례 토론 후 이날 작품이 설치됐고 전시 이후에도 비평가,큐레이터,작가는 물론 일반인도 참여한 토론이 또 열려 담론과 전시과정을 공유하게 된다.'애뉴얼날레'라는 신조어는 기존 '비엔날레'에 대항한 개념으로 "상업화 한 비엔날레가 결과 중심인 것과 달리 담론과 과정 중심의 전시로, 미술계 안팎의 세대구분 없이 미적 가치관이 뒤섞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는 게 서진석 대표의 설명이다. 작품이 작가 혼자의 결과물이라고 여기던 전통 관점에서는 의아할 수 있으나 현대미술은 다양한 미적 가치관과 비평까지도 작가가 능동적으로 수용·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비평과 진화를 거친 작품은 이번 전시가 끝나는 7월 14일 완성형으로 다시 선보여 8월 7일까지 공개된다.



'열린 미술'은 방송으로도 확장됐다. 가수·모델 선발의 방식이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순수예술가에 적용한 케이블방송 스토리온의 '아트스타코리아'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미션수행으로 예술가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가' '시간성·역사성의 산물인 미술이 순발력과 즉흥성으로 검증될 수 있나'의 논란으로 방송 전부터 시끄러웠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대중과 교감하며 저변을 넓히겠다는 취지는 높이 평가됐다. 미술사학자 우정아 포스텍 교수, 미술평론가 홍경한 아티클편집장,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가 심사위원을 맡았고 김선정 독립 큐레이터, 반이정 미술평론가 등 실력파가 동참해 권위를 확보했다. 담당 임우식 PD는 "예술계에서 작가가 등장할 수 있는 방식이 일부 폐쇄적이고 고정적인데, 방송을 통해 새로운 전시와 소통방식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성과라 본다"며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목으로 소리내지 말라'는 식의 독설이 가능하지만 현대미술은 장르 속성 상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독설이 불가능해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선정성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는 BMW,토니모리,MCM 등이 협찬기업으로 나섰고 방송 중에도 '시청률과 무관하게' 협찬을 원하는 기업 문의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최종 우승자인 신제현 작가는 "100개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젊은 작가라는 이유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며 "아트스타코리아가 선발 방식이 투명하다는 점에서 권위 있는 공모전도 이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5명의 도전자 중 최종 3인은 지난 1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방송 파급력까지 더해져 24일 현재 누적 관객은 8,000명을 넘겼다. 김홍희 시립미술관장은 "상,공모제,비엔날레도 결국엔 서바이벌인데 이것이 미술계 좁은 문이냐 방송의 넓은 문이냐의 차이"라며 "심사위원들이 잘 찾아냈고 멘토가 방향제시도 잘 했기에 작가들은 10회의 방송을 거치며 발전했고, 미술관이 이를 전시하며 그 의미를 더 확고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