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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5월 24일] 김치산업 위협하는 수입김치
입력2008-05-23 17:05:08
수정
2008.05.23 17:05:08
농본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김치는 쌀밥과 더불어 기본 식량이 돼왔다. 쌀이나 콩 등 단조로운 재료로 만들어지는 쌀밥과 된장국에 20여종이 넘는 재료로 만들어지는 김치는 식사를 풍요롭게 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채소가 재배되지 않는 겨울철을 대비한 김장김치는 저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각종 향신료와 구수한 젓갈이 가미된 김치는 소박한 밥상의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농경시대의 김장은 한 해의 대사로 중히 여겨졌고 여전히 우리 생활과 밀착된 문화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식생활에서 김치의 상대적인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웰빙식품으로서 김치가 다른 어느 식품보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터이다.
또 김치는 반찬 역할에서 독립된 식품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맛ㆍ형태를 혁신적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외국인이나 어린이의 요구도 충족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나 김치버거처럼 다른 식품의 소재 역할을 하는 등 김치는 오랜 잠복기를 지나 쉴 새 없이 변신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지는 김치는 다양한 맛을 내고 다양한 기능을 하며 다양한 형태를 지닌 한식의 대표 식품이다. 그러나 매일 공급되는 산소의 귀중함을 모르듯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늘 밥상에 오르기 때문에 우리는 김치의 우수함과 귀중함을 모르고 있다.
각 가정에서 만들던 김치는 이제 공장에서 만들어져 이용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김치공장에서는 재료관리ㆍ제조공정ㆍ품질관리 등이 과학적이고 위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일 년 중 공급체계가 갖춰져 있어 소비자는 언제나 손쉽게 김치를 구매할 수 있다.
김치를 산업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뿐 아니라 원료를 생산하는 농가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400만톤에 달하는 배추와 무, 그리고 50만톤에 달하는 고추와 마늘. 그 밖에도 갓ㆍ파ㆍ미나리ㆍ오이ㆍ생강ㆍ양파ㆍ젓갈ㆍ소금 등 김치제조용 원료로 소비되고 있는 많은 농수산물은 농가 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치산업의 발전은 우리 농업을 육성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값싼 중국 김치의 수입으로 국내 김치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김치는 엄격한 위생 규제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안전하지만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의 경우는 그런 규제 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값이 싸다.
수입된 중국 김치 대부분이 많은 식당에서 이용되고 있고 그 수입량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료생산 농가에도 영향을 미쳐 배추 재배를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보건 당국은 위생성 제고를 위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제도를 의무화하자는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수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위생을 강화할수록 생산원가는 올라가 가격경쟁에서 불리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역의 자유화는 공정한 질서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하는 것인데 우리 것은 위생관리를 강화하면서 수입되는 것은 철저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불공평한 일이다.
수입 김치의 위생관리 실태 파악이나 국내 유통현황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조치가 요망된다. 또 국내 농산물을 사용하는 건전한 업체들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날로 늘어나고 있는 김치의 수입은 김치산업은 물론 원료생산 농가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김치산업의 육성과 수입 김치의 위생 및 유통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우리 농촌을 살리고 우리 김치를 살리는 길이다. 행정 당국이나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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