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최근 사회공헌기금으로 서울시에 오페라하우스 및 콘서트홀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설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대규모의 상업ㆍ숙박ㆍ업무 시설을 허용해야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민자유치 방식을 포기하고 재정 5,000억원을 투입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짓기로 하고 연간 1,000억원씩 건립비용을 적립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정 회장이 22일 7년간 1조원을 출연, 서울에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건립하고 12개 시도에 복합문화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서울시 관련 부처는 이날부터 즉각 긴급회의에 들어가고 현대차 비서실을 접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의 사회공헌기금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지목하고 있다면 시 재정을 절약하는 동시에 오페라하우스의 설립 취지도 훼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페라하우스는 대중 수요가 많지 않은 시설이기 때문에 서울시에 2개를 연이어 짓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의중을 아직 파악할 수는 없지만 서울 안에 2개의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차그룹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설립을 지원할 경우 공공을 위해 지어지는 서울시의 랜드마크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공헌기금의 의의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아직 시에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별도의 오페라하우스를 설립한다 해도 관련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협의할 수밖에 없어 시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시는 일단 시민 여론조사를 거쳐 다음달 중 공청회에 부쳐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전상훈 시 문화예술추진반장은 “만약 현대차가 자본을 투자하고 시가 땅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할 수 있다면 6월 공청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전문가ㆍ시민 등과 함께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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