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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美 요구·이란 반발 '줄타기'…마땅한 수단없어 속앓이

정부 對이란 제재수위 놓고 고민 깊어져<br>美 방침에 동참은 하더라도 기업활동 가능한 방안 모색<br>멜라트銀은 1차 조사 끝낸뒤 제재 수위·발표시기 '저울질'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요구 강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이란·북한제재 전담조 정관이 지난 3일 기획재정부를 방문, 김익주 국제금융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면담에서 강력한 대 이란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김주영기자


정부가 대(對)이란 제재수위를 어느 정도로 맞출지에 대해 미국의 압력과 이란 및 국내 관련 업계의 반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6일 "일단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따르더라도 우리 기업들의 상업활동 및 원유수입에 지장이 없게 하는 수준의 예외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명분에는 동참하지만 실리는 찾겠다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서는 셈인데 구체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북ㆍ대이란 제재를 따라 안보를 중시해야 한다는 외교 라인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경제부처 라인 간 마찰마저 예상돼 해답찾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제로 이란 제재 관련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이란 제재 동참 고민=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에 대해 "약소국이 겪는 설움"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서울 강남 최고의 번화가 '테헤란로'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지난 수십년간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며 통상교류 및 원유수입 등에서 경제 실리를 챙겨온 마당에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게 우리 정부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그러나 미국 측이 이미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금거래 기록(record)을 우리 정부에 들이밀면서 지점 폐쇄까지 거론한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가 미적대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너무 어려워 잠도 못 이룰 지경"이라며 "미국이 빨리 동참하자는 요구를 해오고 있지만 국익 수호 차원에서 별도의 시한을 두지 않고 차분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이날 열린 이란 제재 관련 TF 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비공개로 열린 것은 물론 회의안건이 담긴 문서는 현장에서 수거, 파쇄됐다. 일단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 관계부처들이 거래중단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적 개선 등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의 대체 송금 루트 확보나 피해 업체에 대한 대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외교 라인ㆍ경제부처 라인 충돌(?)=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대미외교를 중시해온 외교 라인과 경제적 실리를 강조하는 경제부처 라인이 서로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라인은 대북ㆍ대이란 제재를 묶어 실질적으로 미국에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경제라인은 실질적인 경제교류를 감안해 최소화하자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외교통상부 측은 지난 5일 정부가 미국 의회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제정과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따라 독자적인 대이란 제재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교역관계를 결코 만만히 보거나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관련 기업 및 원유수입에 있어 우리 경제에 아주 치명적인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와 대이란 제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재정부 측은 "북한 문제는 외교적 사안이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외교 라인의 정부 고위소식통은 "북한과 이란의 핵협력은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고 대이란 제재 문제는 단순히 이란만 볼 것이 아니라 대북 제재와도 같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금감원, 멜라트은행 1차 조사 마무리=한편 금융당국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1차 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수위 및 발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쯤 제재 초안을 잠정 결정하고 부처 간 협의를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이란제재법 시행규칙이 나오는 오는 10월까지는 최종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만약 멜라트은행이 핵 관련 자금세탁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을 경우 관련 법규정에 따라 영업점 폐쇄 및 영업정지 등의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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