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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동 국회] 청탁·특혜 등 잇단 잡음… 특권 버리고 '선진 의회상'부터 정립을

■ 기업·금융권이 본 의원들

항공좌석 업그레이드·후원금 할당 등 '갑질'

기업인 무분별한 증인 채택으로 경영 발목도

국회 '진정한 3권 분립' 가려면 자기혁신 필요

국회 권력의 핵심은 국정감사다.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나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종합 국정감사가 열리는 국회 로비에서 각 부처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DB


국회로의 권력이동은 대통령 중심의 일방적 국정운영 견제, 민의 수렴, 갈등 해소, 3권분립 정착 등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전문성·책임감 등이 전제돼야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국민들 사이에 국회와 정당·의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과거 통법부에서 벗어나 진정한 3권분립 시대로 가는 입장에서 국회가 덩치가 커진 만큼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슈퍼 갑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의원은 해외에 연 3~4차례 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비행기 좌석이 업그레이드된다. 이 방의 한 보좌진은 "심지어 의원이 이코노미를 끊고 1등석으로 두 단계나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대관팀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나 간사,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이나 보좌진은 특별히 신경을 쓴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미리 혜택을 줘야 하는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국회의원은 고유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국회 회기 중 KTX 무료탑승, 공항 귀빈실과 VIP 주차장 이용 등 수십 가지의 공인된 혜택 외에도 '갑'의 위치에서 유무형의 특혜를 적지 않게 누린다. '을'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적극 로비에 나선다. 대기업과 공공기관·공기업·금융사·정부에서 대관팀을 국회에 상주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가 행정부나 공공기관을 견제하고 규제에 민감한 기업들이나 금융사에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국회의 밥'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민원에 시달린다. 공공기관의 한 대관 담당자는 "낙하산 논란이 있든, 내부 승진이든 상관없이 공기업은 지배구조 면에서 독립성이 부족해 외풍을 타기 마련"이라며 "정치권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에 대한 납품이나 광고·인사청탁 등 여러 유형의 청탁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의 자녀들은 그다지 취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알아서 입사 문의를 하기 때문이다. '현대판 음서'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구에서는 여당의 모 국회의원 가족이 대구 수성 의료지구 산업용지를 싸게 특별분양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 협동조합에 소속된 70여개사 명의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조성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분양 압력을 넣은 것이다. 대구 지역 정치권에서는 "해외자본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개입해서 되겠느냐"며 혀를 찼다.

국회의 갑질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고질병이 됐다. 지난해에는 게임 업체 대표를 대거 증인출석 대상에 올렸다가 업계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기도 했다. 업계에서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해 증인 명단에서 회장과 대표를 빼줄 것을 요청했더니 즉각적으로 후원금 '고지서'가 이들에게 떨어졌다. 금융사 대관 업무 담당자는 "보좌관이 '몇 명 이름으로 얼마를 후원하라'고 할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 이동통신사 3사의 대관업무팀은 한 의원실로 '소환'됐다. 의원실 측에서는 "이통3사가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고 있다"며 국감장에 대표를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통사 대관팀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실을 순회방문해 통사정한 결과 담당 임원으로 출석자의 직급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의원실에 인사치레를 했음은 물론이다.

◇정치권, 자성의 목소리=이 같은 정치권의 갑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자성의 움직임이 나왔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여야 모두 혁신특위를 구성, 특권 포기 방안을 강구해 2월에 구성될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연말까지 논의할 방침이나 부지하세월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한에 맞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 국회는 아직도 갑질,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여론만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고백했다.

국회 권력이 과도한 데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국회 권력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졌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말만 대변하거나 정쟁에 휩쓸려 제대로 정책을 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 관련 협회장은 "여야가 법안을 가지고 정치게임을 하는데도 정부는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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